"윤석열이 한국의 케네디가 될까?" Le monde

"윤석열이 한국의 케네디가 될까?"

일반적인 상황에서 케네디에 대한 한국인의 호감 때문에, "윤석열이 한국의 케네디가 될까?"라는 질문은 그에 대한 찬양일 수 있지만, 이 글은 '쓴소리'이다.

임기가 시작되면서 윤석열이 각종 행사를 통해서 집권철학에 대해 조금씩 공개하고, 그것을 짐작하게 해주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취임사에서는 "자유"를 강조했고, 밀턴 프리드먼의 영향을 받았다고 알려졌다. 그리고 진보 층을 위해서 대북 의료 지원, 518 기념식에서의 '임을 위한 행진곡' 부르기 등으로 구애에 나서고 있다. 

윤석열이 의회 소수파 여당을 가진 대통령이기 때문에, 야당과 반대파를 힘으로 누르기에는 정치력이 약하다. 그런 이유로 윤석열은 중도화를 지향하는 실용주의를 정책의 원칙으로 삼을 개연성이 있다. 

만약 윤 대통령이 실용주의를 원칙으로 삼는다고 가정할 때, 그 위험에 대해 미리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헨리 키신저는 케네디 정부에서 비상근 참모로 일하면서 실용주의자 케네디의 한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1963년의 한 세미나에서 헨리 키신저는 이른바 실용주의자의 이론적 한계에 대해서 다음을 지적했다.

"실용주의자들은 스스로, 자신의 유연성에 대해 많은 자랑을 일삼으며, 
그들은 양 극단 사이에서의 정확한 가운데 길을 걷는다고 말하며, 
만약 극단에 있는 양측이 입장을 정하면, 둘 다 모두 틀렸다고 주장하며, 다만 가운데 입장을 정하는 자만이 올바를 뿐이라 주장한다. 
하지만, 자신이 중도의 입장이라는 이러한 우쭐함은 모든 사람들을 슬프게 만들 극단을 초래하기 마련이다. 
왜냐하면 만약 당신이 완벽한 실용주의자를 상대하게 된다면, 당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실용주의자의 입장 조정을 강제할 수 있는 각종 압박을 가하는 것이며, 따라서 모든 사람들이 압력을 행사하는데 가장 강하게 몰두하게 된다.
매우 유연한 사람들, 매우 실용적인 자들은 국제무대에서 보면, 가장 믿기 힘든 자들이다. 왜냐하면, 그 사람들은 상황을 알기 전까지 그들이 무엇을 하게 될 지 확신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 키신저 
1963년 7월, 1) 

윤석열의 실용주의가 과거 케네디가 직면했던, 실용주의 고유의 난관에 직면하게 될까?

키신저에 따르면,

이른바 극중주의, 즉 극단적 중도노선은 결국 극단주의를 초래하게 된다는 것이다. 

가령, 케네디의 베트남 정책이 그랬다.

케네디 정부 하에서 남베트남의 고딘디엠의 실정으로 정세가 악화되자,

워싱턴에서는 두 개의 극단적 주장이 대립하게 되었다.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베트남에서 철수하자는 주장과 전투병을 보내서 무력으로 제압하자는 주장이 서로 대립했다.

케네디는 실용주의자였고, 극중주의? 를 선택했다. 철수도 아니고, 파병도 아닌, 군사원조를 늘리고, 미군 고문단 수를 늘리는 결정을 내렸다.

남베트남 위기가 반복할 때마다, 실용주의적 워싱턴은 철수도 파병도 아닌, 중도적 편법의 강도를 높여갔다. 그 결과 미국은 점점 베트남이라는 수렁에 빠지게 되었고, 1965년이 되면 철수가 불가능할 정도로 깊숙한 수렁에 빠지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베트남 전쟁 역사에서 수렁이론은 다음을 주장한다.

수렁 이론은 미국의 베트남전쟁 개입 동기를 설명한다. 수렁 이론은 미국 지도자들이 의도하지 않고, 실수로 나라를 베트남 전쟁에 개입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역사가 아서 슐레진저 주니어 Arthur Meier Schlesinger Jr. 가 수렁 이론을 가장 잘 발전시켰다. 수렁이라는 은유는, 한 번에 한 걸음씩 미국은 점점 베트남이라는 군사적,외교적 수렁에 빠져들게 되었다는 것이다. 2) 

1) Niall Ferguson, Kissinger. Volume 1, The idealist, New York : Penguin Books, 2015. 561.
2) Arthur M. Schlesinger, Jr., The Bitter Heritage: Vietnam and American Democracy (Boston: Houghton Miffl in, 1966).

실용주의 정책은 케네디 시대의 베트남전 개입 같은 비극의 철학적 배경이 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 윤석열 대통령은 자기 입장이 분명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 나름의 지적인 자산과 관료와 토론해서 설득할 수 있는 지성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관료주의의 노예가 될 수 있다.

덧글

  • rumic71 2022/05/17 11:04 # 답글

    케네디는 빠지고 싶었지만 어떻게든 책임은 지고 빠지려고 했지요. 하지만 맥나마라는 이렇게 몸값 비싼 정예 특수부대만 보내면 수지 타산이 안맞는다면서 정규군 투입을 종용했고...
  • 파리13구 2022/05/17 11:25 #

    그렇습니다. ㅠ
  • 아오리사과 2022/05/17 11:31 # 삭제 답글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두마리 다 놓치는 것보단 한마리 토끼를 확실히 잡는게 낫다는 거군요
  • 파리13구 2022/05/17 11:48 #

    그런 의미도 있습니다.

    이 글이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두 개의 극단을 배제하고 가운데 중립적인 주장을 채택하는 것이 정책의 합리성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극단의 배제하는 중도적 결정이 점점 극단적인 정책으로 돌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베트남전의 경우, 파병군의 수가 점점 늘면서, 결국 전면 개입이라는 극단정책의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전쟁에 개입해야 한다와 전쟁에 개입하면 안된다는 극단을 배격하고, 중간적 입장을 지속적으로 택할 결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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