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도덕적 열망으로 들끓는 사회?
오구라 기조는 그의 책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를 통해 “한국 사회는 사람들이 화려한 도덕 쟁탈전을 벌이는 하나의 거대한 극장”라고 말한다. 그는 주자학이 추구했던 도덕형이상학의 세계가 여전히 한국에서도 작동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사회는 “오직 하나의 완전 무결한 도덕, 이(理)로 모든 것이 수렴된다는 원칙이 여전히 작동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은 “사회 전체가 주자학”이며, “한국인의 일거수 일투족이 주자학”인 곳이다.
선거철만 되면 한국 언론은 정치인들의 도덕성 평가에 열을 올린다. 오구라 기조는 "한국 사회는 모든 사람을 그 사람의 이(理) 함유량, 곧 ‘도덕 함유량’에 따라 평가한다"고 했다. 정치인만이 아니다. 뛰어난 스포츠 선수나 연예인도 예외 없이 자신이 얼마나 도덕적인가를 국민들에게 납득시킨 후에야 비로소 스타가 될 수 있는 사회가 한국이다.
오구라 교수는 바로 이런 도덕형이상학의 추구가 한국사회의 역동성의 배후라고 말하기도 한다. 도덕적 열망으로 들끓는 사회에서 “권력 투쟁은 곧 도덕을 내세워 권력을 잡는 세력이 얼마나 도덕적인가, 그렇지 않은가를 폭로하는 싸움”이 되며, 이전 정권과는 다른 새로운 도덕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야말로 정치의 목적이 되기 때문이다. “도덕적 완벽성에 대한 강박과 그 강박 간의 투쟁이라는 기본구조”야말로, 조선이 멸망하면서도 한국에 남긴 유산일지 모른다.
- 김우재, 윤리학의 조선, 물리학의 일본...그 운명의 갈림길,2021.
- 정치와 도덕의 분리는 한국정치 근대성의 과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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