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민족해방전선과 남한 주사파?" Le monde

[54년]지압,디엔비엔푸 공격을 연기한 이유는?




한국 보수가 주사파에 대해 가지는 환상 중 하나는 그들은 북한 체제에 절대 충성,복종할 것이라 전제하는 것이다. 

베트남전의 역사와 비교해 본다면, 전쟁을 통해 미국이 이해하기 시작하는 것은 이른바 공산주의 동맹체제의 작동 방식이었다. 

전쟁 초기 미국 당국자들은 공산주의가 '한 몸통'이라 전제했다. 모스크바가 심장과 머리 역할을 하며, 그들의 명령에 국제공산주의 세력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호치민의 하노이도 크렘린의 수족이며, 그들의 저항은 국제공산주의의 세계 지배전략의 일환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호치민이 스탈린의 주구였는가? 관련 사실을 바탕으로 볼때, 스탈린은 호치민을 혐오했다. 마찬가지로 호치민도 스탈린을 좋아하지 않았다.  스탈린의 소련과 호치민의 베트남은 사회주의 형제관계였지만, 후자는 자율성을 가지고 있었다.

린든 존슨 시대의 미국의 대소련 베트남 전쟁 외교의 한계는 소련과만 합의하면, 베트남 전쟁을 끝낼 수 있다는 환상에 기초했다. 마치 크렘린이 하노이의 베트남 노동당에게, "전쟁을 그만해라, 이제 많이 묵었다 아이가"하면 베트남전이 끝날 것 처럼 말이다. 하지만 모스크바가 하노이에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은 분명 존재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특히나 소련의 대베트남 영향력은 모택동의 중국의 견제를 받았다. 소련이 전쟁을 끝내라고 하노이를 지나치게 압박하면, 중국이 소련을 수정주의자, 사회주의의 배신자, 민족해방운동의 방해꾼이라 비난했을 것이고, 소련의 국제적 위상에 상처를 가했을 것이다. 

이는 하노이와 남베트남 민족해방전선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러시아 역사가, 일라 기득 I.V. Gaiduk 에 따르면, 미국 당국이 생각한 것과 다르게, 하노이의 베트남 노동당과 남베트남 민족해방전선의 관계도 후자의 자율성이 돋보였다고 한다. 1)  하노이의 정책결정에 후자가 자동적으로 복종하는 그런 관계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워싱턴이 전쟁 정책을 정하는데 미국 여론의 눈치를 보듯이, 하노이도 민족해방전선의 견제를 받았다는 것이다. 가령, 하노이가 미국과 평화협상을 하기로 결정한다고 해서, 민족해방전선이 무기를 놓고 평화협상에 동의하는 그런 것이 아니라, 북쪽과 무관하게 남쪽은 사이공 체제 타도 투쟁을 계속할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민족해방전선과 유사하게, 남한 주사파도 자율성을 가진다고 가정할 수 있다. 평양의 명령에 무조건 복종하는 존재가 아닌 자율성을 가진 존재로 주사파를 가정한다면, '쐐기전략'이 가능해진다. 평양과 주사파가 이해를 달리할 이슈를 개발해서 양자의 사이가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만든다는 것이다.

평양의 명령에 복종한다는 낙인이 한국에서의 주사파의 정치세력으로의 존립에 대한 치명적 위협이 된다는 것을 그들 스스로 깨닫게 될 날이 오기를 바란다. 

어떻게 보면, 김정은이 남한의 이른바 '꼴통' 주사파에 대해 성가심을 가질 수도 있다. 가령, 김정은 체제의 생존을 위해서는 미제 타도가 아니라, 미제와의 공존이 필요하다. 그런데, 남한의 반미 주사파가 김정은의 친미적 외교에 어떻게 반응할까? 백두혈통 김정은이 하면 무엇이든 옳다고 복종할까? 아니면 김정은의 친미 행보에 주사파가 고춧가루를 뿌릴 수 있을까? 베트남전의 역사를 보면, 주사파가 베트남의 민족해방전선 수준의 자율성을 가지고 있으면, 김정은의 노선 변화를 방해하는 꼴통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의 주사파 정책은 평양과 남한 주사파 간의 입장 차이에 주목하고, 이를 적절하게 이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백두혈통에 대해 가지는 남한 주사파의 스테레오 타입 혹은 고정관념, 프레임이 김정은 정책결정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1) I.V. Gaiduk, The Soviet Union and the Vietnam War (Chicago 1996).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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