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철군에 대한 마키아벨리와 키신저의 입장 차이는? Le monde

키신저의 경고...


국제정치는 힘의 논리에 의해서만 움직일까, 아니면 신뢰와 같은 도덕적 가치도 중요한 원리가 될까?

만약 마키아벨리가 20세기 후반 미국의 정치사상가였다면, 베트남 철군 문제에 대해서 헨리 키신저와 같은 입장이었을까?

키신저 사상의 연구사에서, 키신저는 마키아벨리의 제자였다는 주장이 존재한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즉 키신저는 국제정치에서 도덕,민주주의,인권,자유 보다는 국익,힘에 기반한 세력균형의 원리를 보다 강조했다는 것이다. 도덕적 가치 보다는 힘의 논리를 중시했다는 점에서 키신저는 마키아벨리의 제자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60년대 말에 부각된 미군의 베트남 철군 문제에 대한 마키아벨리와 키신저의 입장 차이가 존재했을까? 닉슨이 대통령에 당선된 선거전에서 베트남 전쟁 종결 문제가 미국의 양당정치를 넘어서는 하나의 공감대였다는 점을 고려할때, 마키아벨리는 미군의 즉각 철수를 주장했을 수도 있고, 이를 사정변경의 원칙에서 정당화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사정변경의 원칙(事情變更-原則)이란 법률행위에 있어서 그 기초가 된 사정이 그후에 당사자가 예견하지 못한 또는 예견할 수 없었던 중대한 변경을 받게 되어, 당초에 정하여진 행위의 효과를 그대로 유지하거나 강제한다면 대단히 부당한 결과가 생기는 경우에는, 당사자는 그러한 행위의 결과를 신의칙에 맞도록 적당히 변경할 것을 상대방에게 청구하거나, 또는 계약을 해제ㆍ해지할 수 있다는 원칙이다.

사정변경의 원칙은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서 확인가능하다고 한다.

마키아벨리에 따르면, 국가의 보존,생존과 관련된 이상, 마키아벨리의 군주는 그것이 미덕이든 악덕이든 어떤 행동이라도 취할 권리가 있다. 마키아벨리의 긴급구제 독트린 doctrine of necessity 은 조약에 대한 사정변경의 원칙  rebussic stantibus doctrine 을 정당화한다. (군주론 제18장)

"현명한 군주는 따라서, 믿음의 준수가 자신에게 불리하게 되고, 약속을 할 때의 이유가 사라진 이상, 군주는 자신의 말을 지킬 수도 없고, 지켜서도 안된다... 군주는 약속을 깰 정당한 이유를 가지지 못하는 것이 절대로 아닌 것이다. 군주, 특히 새로운 군주는 사람이 선한 것으로 간주하는 모든 것을 준수할 수 없고, 이는 국가를 보존하기 위해서 그가 자주 자신의 약속,자비심,인간성,종교에 반해서 행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군주는 긴급구제 necessity 의 상황에서 악을 행하는 법을 알아야만 한다. " (군주론 18장)

미국이 공산화의 위협으로부터 남베트남을 지켜주겠다는 약속도 베트남 전쟁이 미국에게 준 상처의 크기를 고려할때, 파기가 가능하고, 파기에 따른 비난도 부당하다는 것이 이른바 사정변경의 원칙의 주장이라 할 수 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스피노자도 동의했을 것이다. 

스피노자에 따르면, 국제관계는 자기이익의 보존이라는 근본적인 현실이 강조되는 세계이다. 조약은 체결되고, 실천되고, 결국 시행되며, 국가는 자신이 원한다면 언제든지 조약을 깰 완전한 권리를 가지며, 조약 체결시의 공포 혹은 희망의 이유가 제거된 상황에서 당사국이 신뢰를 파괴했다는 이유로 배신 혹은 불성실하다고 비난할 수 없다. 
Spinoza, Political Treatise, p. 694.
 
주권 권력은 힘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어떤 정치가도 다른 국가와의 신뢰를 깨면서 자신의 국가를 위태롭게 했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아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정치가는 자국의 안보를 조약 상대국의 신뢰에 의존하게 만들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카에 따르면, 스피노자는 힘과 권리  power and right 을 동일시했다는 것이다. 즉 힘이 권리라는 것이다.

만약 키신저가 마키아벨리의 추종자였다면, 베트남전으로 인해 미국의 국익이 심각하게 침해된 이상, 국익의 신속한 회복을 위해서 베트남으로부터의 조기 철수를 주장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키신저는 베트남 조기철군에 반대했다. 그가 반대논리로 제기한 국제법 논리는 신의성실의 원칙이었다. 국가간의 약속을 지켜야한다는 원칙이었다. 이는 팍타 순트 세르반다(pacta sunt servanda) , “약속은 지켜져야만 한다”는 신의 성실의 원칙이었다. 신의 성실을 주장하는 키신저는 마키아벨리의 제자라기 보다는 <<의무론>>의 키케로의 제자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키신저의 회고록에 따르면, 당시 상황은 다음과 같았다.

"우리가 백악관에 입성했을 때, 미군 50만 명이 1만 마일 떨어진 곳에서 전쟁 중이었다. 그들의 수는 전임자들이 결정한 일정에 따라 여전히 증가 추세였다. 우리에게는 어떤 철군 계획도 없었다. 3만 천명이 이미 전사한 상황이었다. 우리의 원래 전쟁 목표가 어떤 것이었든지 간에, 1969년, 해외에서의 우리의 신뢰, 우리의 해외공약에 대한 신뢰, 그리고 우리의 국내적 단결이 북미 대륙에서 매우 멀리 떨어진 곳에서의 분쟁 때문에 위태로운 경지에 빠지게 되었다.  

“ Kissinger, Henry , White House Years, 226-227

당시 상황을 돌아보면, 전쟁은 군사적 승리가 불가능한 것으로 보였고, 미국은 전쟁에 대한 국제적 지지를 상실했고, 베트남이란 수렁 때문에 미국의 다른 외교정책의 기회를 살릴 수 없는 형편이었고, 미국인의 절대 다수가 전쟁은 실수였다고 믿는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왜 미군 철수는 1969년 1월에 즉시 단행되지 못한 것인가? 실제로 미군 철수가 완료된 것은 1973년 3월 29일이었다.

닉슨과 키신저는 베트남전에서 승리할 수 없다고 진단했고, 미군 철수를 결심했지만, 철수에 시간이 걸린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왜 미군의 즉각 철수는 단행되지 못했던 것인가?  

Schwartz, Thomas A.,Henry Kissinger: Realism, Domestic Politics, and the Struggle Against Exceptionalism in American Foreign Policy,Diplomacy & Statecraft ,Vol. 22, Iss. 1, 2011,p.128.

<<회고록>>에서 키신저는 국제정치에서의 미국의 책임과 신뢰의 문제 때문에, 미국의 베트남 조기 철군은 불가능했다고 주장했다.


임기를 시작한 닉슨 행정부는 베트남 개입을 끝내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조기 철군은 우리 전임자들을 괴롭혔던 현실을 부정하는 것이었다. 거의 한 세대 동안, 이 나라 자유인의 안보와 진보가 미국에 대한 믿음에 의존하고 있었다. 우리는 2개의 전임 정부, 5국의 동맹국들 그리고 3만 1000명의 전사자가 연루된 분쟁을 마치 티비 채널을 돌리듯이 없었던 일로 만들 수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에게 드골을 본받으라고 했다. 하지만 그들은 드골 조차도 알제리에서 발을 빼는데 4년이 걸렸다는 점을 간과했다. 드골에게 알제리로부터의 프랑스 철수는 정책의 행동이었지, 붕괴가 아니었다. 이는 국가적 결정이었지, 도주가 아니었다.

베트남 전쟁을 끝내는 것은 심지어 미국에게 보다 중요한 것이었다. 민주주의 동맹 세력의 지도자로서 우리는 많은 국가들과 자유민들이 그들의 안보를 동맹의 편에 서겠다는 우리의 결심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만 한다. 진지한 정책결정자라면, 미국의 위신,명예 혹은 신뢰가 파괴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 미국과 같은 강대국이 단지 숨을 돌리기 위해서, 작은 나라를 전제 세력에게 넘긴다는 것은 매우 비도덕적인 것으로 보였다. 뿐만아니라 새롭고 보다 안정적인 국제질서를 구축고자 하는 우리의 노력을 파괴할 것으로 보였다. 

우리는 대서양 동맹을 부활시킬 수 없었을 것이다. 만약 동맹국들이 미국의 힘에 대해 의심을 하게 된다면 말이다. 우리는 중요한 전쟁에서 패배한 상황에서 소련에게 상호자제의 명령을 강요할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는 중국 개방에도 실패했을 것이다. 만약 균형추로서의 우리의 가치가 붕괴로 인해 초토화되었다면 말이다. 중동 외교에서의 성공도 동맹국이 우리를 믿고, 우리의 적들이 우리의 군사적 압력과 협박을 믿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새 정부는 전쟁 반대파의 관심도 존중해야 했지만, 전쟁의 희생자 가족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들의 고귀한 희생을 무위로 돌릴 수 없었다. 

미국의 명예와 책임이라는 원칙은 내게는 공허한 가치가 아니었다.

Kissinger, White House Years. 1st ed. Boston: Little, Brown, 1979. pp.227-228.   
 
 




덧글

  • hantaTT 2017/04/14 06:49 # 삭제 답글

    A superpower shouldn't behave as if it were a small Italian state. Also, recall that a prince is supposed to "appear" sincere when necessary, if he follows Machiavelli's prescription. And there was a clear necessity for the U.S. to appear sincere as a superpower in a polarized system. I don't think Machiavelli would have disagreed with him.
  • 파리13구 2017/04/14 06:55 #

    지적에 공감합니다.

    피렌체에 적용가능한 논리를 초강대국 미국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고 봅니다.

    미국의 마키아벨리라면,

    다른 주장을 했을 수도 있습니다.
  • 2017/04/14 09:40 # 삭제 답글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이라크에서 완전히 발을 빼지 못하는 이유, 트럼프 행정부가 당선됐음에도 미국-러시아 간의 관계가 쉽사리 개선되지 않는 이유에도 적용될 수 있겠네요.
  • 파리13구 2017/04/14 13:05 #

    강대국이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이익의 보편성을 주장할 수 있어야 합니다.

    보편적 이익은 국익을 넘어서는 개념입니다.
  • Mavs 2017/04/14 23:39 # 삭제 답글

    국익을 위해 국가 간의 약속을 함부러 져버리다간 언젠가 국익에 심대한 타격을 입겠죠.
  • 파리13구 2017/04/15 05:45 #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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