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화정책이 정당한 경우는 언제인가?" Le monde

메테르니히,100년의 유럽 평화를 설계하다!


한스 모겐소는 국가간의 정치에서 체임벌린의 유화정책은 역사적 대참사였지만, 그렇다고 유화정책 자체가 문제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유화정책의 옳고 그름을 평가하기 이전에, 상대국 혹은 적국의 성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적의 성격유형은 제국주의와 현상유지가 있다. 제국주의가 팽창을 통한 정복을 추구하는 것이라면, 현상유지는 이미 존재하는 현상의 일반적 테두리안에서 약간의 조정을 꾀하는 것이다.

모겐소에 따르면, 유화정책은 제국주의의 위협에 직면해서 현상유지정책으로 대응하려는 외교정책이다. 제국주의는 힘으로 기존의 권력상태를 파괴하려는 정책인데, 이를 유화,즉 현상유지로 대처하는 것은 오류라는 것이다. 제국주의에 대한 타협이란, 제국주의가 기존 권력관계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조금씩 변경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타협에서 유리해지는 것은 언제나 제국주의이고, 제국주의의 정치적 수사는 항상 자신의 의도가 현상유지이지 제국주의가 아님을 주장하기 마련이다. 제국주의에 유리한 힘의 관계의 변형이 결국 제국주의에 유리한 세력불균형을 초래하기 마련이다. 결국 체임벌린의 비극은 독일의 제국주의를 현상유지인 양 파악하고 대응했던 것에서 기인한 결과였다.

모겐소는 다음을 지적했다: 

제국주의를 유화적으로 대할 때는 사악한 정책도 제국주의적 열망을 뒤로 제쳐버린 현상유지정책과 타협할 때에는 미덕이 된다. 1950년 12월 M일 영국 하원에서 행한 처칠의 연설은 바로 이런 차이점을 잘 지적해주고 있다.

  “유화정책을 쓰지 않겠노라는 총리의 선언은 거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습니다. 우리 나라로서는 아주 훌륭한 슬로건인 셈이지요. 하지만 제 생각에는 오늘 이 자리에서 유화정책의 의미가 좀 더 자세히 규정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가 유화정책이라고 얘기할 때 그것은 허약함이나 공포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유화정책 그 자체는 경우에 따라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습니다. 국력이 약하기 때문에 또는 공포 때문에 취하는 유화정책은 소용없는 정책일 뿐더러 치명적이기도 합니다. 강한 힘이 뒷받침되는 유화정책은 관대하고 고상하며 세계 평화를 위한 가장 확실하고 어쩌면 유일한 방법일 것입니다.”

외교정책을 책임지는 사람이 빠지기 쉬운 또 다른 기본적인 실수는 여태까지의 논의와 정반대되는 상황이다. 현상유지 정책을 제국주의 정책으로 오인하는 것이다. A국이 B국의 정책을 제국주의 정책으로 오인하고 군비 증강, 기지 건설, 동맹 결성 등의 방어 조치를 취하면 이번에는 B국이 A국의 정책을 제국주의 정책으로 판단하여 군비를 강화하게 된다. 이런 대응 조치는 A국이 B국의 정책에 대한 처음의 오판이 정말 옳았다고 확신케 하면서 사태가 악화된다. 결국 양국은 자기 실수를 인식하고 정책을 바꾸지 않으면,상대국에 대한 불신이 높아져 급기야 전쟁을 부르는 사태가 벌어지게 된다. 이처럼 초기의 사소한 실수가 거듭되는 악순환을 가져오게 된다. 현상유지만을 원하면서도 상대 국가의 정책이 제국주의는 아닐까 의심하는 둘 혹은 그 이상의 국가는 자기 판단과 행동의 실수를 상대국의 같은 실수로 인해 더욱 올바른 것으로 확신하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 사태가 괴멸적인 대단원으로 치닫는 현상을 막을 수 있는 것은 거의 초인간적인 노력뿐이다.


출처-
한스 모겐소, 국가 간의 정치- 세계평화의 권력이론적 접근,김영사, 2013.pp.22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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