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포퍼, 현실주의의 문제점은? Le monde

"E.H. 카는 대독 유화론자 였다!"

현실주의의 한계란 무엇인가? 조지 오웰의 비판처럼, 현실주의가 불쾌한 현실을 수동적으로 인정할 수 밖에 없는 패배주의로 귀결될 수도 있다.

마키아벨리적 현실주의란 다음과 같이 정의할 수 있다. 다시말해 마키아벨리의 현실주의자가 된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특수한 수단 혹은 난폭한 결정도 불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의미에서, 현실주의적이란, 거칠고 난폭한 것을 의미하고, 보통은 비도적적인 것으로 간주되는 것에도 위축되지 않고, 도덕적 판단이라는 말랑말랑한 감정에 휘말리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칼 포퍼는 현실주의를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즉 포퍼는 현실주의의 역사적 상대주의가 인류의 도덕적 절대성을 부정하며, 역사적 결정론은 현실 상황에 대한 굴복을 장려한다. 

포퍼는 현실적인 힘에 대한 숭배 the worship of power 도 저주했고, 힘에 대한 숭배를 최악의 형태의 인간의 우상숭배로 규정했다. 

실제로, 포퍼는 "나는 대부분의 혹은 거의 모든 정치인 보다는 성인을 더 높게 평가할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정치적 성공에 감명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포퍼에 따르면, 권력 정치의 역사 the history of power politics 는 국제적 범죄와 대량 학살의 역사에 다름아니었다.

포퍼는 성공을 숭배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성공을 기준으로 판단해서는 안되고, 우리는 성공에 눈이 멀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JOSHUA L. CHERNISS, A Mind and its Time-The Development of Isaiah Berlin’s Political Thought, OXFORD Univ. Press, 2013.p.114.]


칼 포퍼의 성공 비판이 흥미로운 것은 그 철학적,사상적 배경과 관련되어 있다. 포퍼의 비판의 배경은 공리주의 비판, 특히 공리주의의 도덕관 비판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스 모겐소는 공리주의식 도덕적 행동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공리주의에 따른 도덕적 행동의 목표는 가능한 많은 만족을 달성하는 것, 즉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다. 도덕적 행동이란 행동에 따라 예상되는 이익과 불이익을 의식적으로 저울질한 결과이다....도덕적 행동이란 결국 성공한 행동이다. 신은 항상 강한 군대, 선거에서 이기는 정당, 가장 많은 은행잔고를 가진 사람과 함께 한다. 반면 실패한 사람은 곧 윤리적으로 열등한 사람이다. 전쟁이나 정치, 혹은 사업에서 실패한 사람은 도덕적으로 열등한 사람이라는 낙인을 달고 살아야 한다.

[한스 모겐소, 김태현 역, 과학적 인간과 권력정치, 나남, 2010.pp.222-223.]

그렇다면, 공리주의는 역사가 카의 역사관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정치철학으로서의 공리주의와 공리주의의 윤리관 그리고 E.H.카의 역사관, 마지막으로 카의 영국 유화정책 지지는 어떻게 논리적 연관을 가지는 것일까? 왜 위대한 역사가 카는 체임벌린의 유화정책 지지자가 되었는가? 

이사야 벌린에 따르면, 카는 역사를 승자의 눈을 통해서 보았다고 하고, 이는 공리주의적 관점이라 평가할 수 있다. 

이사야 벌린은 1950년 12월 10일《선데이타임스》를 통해 카의《볼셰비키 혁명》에 대한 공격을 개시했다. 벌린은 러시아혁명이 “우리 시대의 가장 비극적인 사건이었다”고 적었다 이 문제를 다루고 있는 카는 지식과 자료 소화 능력, 명쾌한 표현 능력에서 볼 때 학자로서 “분명 러시아혁명 에 관해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는 ‘아주 뚜렷한 관점’을 가지고 있는데,그것이 자신의 전문 영역에서 ‘강력한 무기’가 되었다: 벌린은 이이서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카 교수는 지난 세기에 자유주의에 대한 경멸을 유행시킨 헤겔한테서 깊은 영향을 받았다. 카는 역사를,불변의 법칙에 의해 지배되는 사건의 연쇄라고 보고 있다. 그에 따르면 이 법칙을 무시하거나 저항하며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은 바보이거나 미친 사람이 된다. 부연하자면 헤겔(또는 마르크스)과 마찬가지로 그는 자신의 책에서 이러한 법칙의 결과를 증명하거나 또는 비판하는 행위를 유치하거나 또는 비현실적이라고 암시한다. 카에 따르면 합리적 인간의 올바른 과제는 이러한 역사의 위대한 법칙에 스스로를 적응시키는 것이다. 또 역사가의 과제는 역사의 중심 조류의 방향을 분명히 하는 것이고,인류와 국가의 과제는 곧 역사의 중심 조류에 당당히 올라타는 것이 된다. 그 과정에서 거대한 희망과 공포가 한때 집중되기도 했지만, 실현되지 않은 갖가지 가능성을 돌아본다든가 그런 상황에서 희생된 자들을 돌아볼 겨를은 없다.”
  
벌린의 견해에 따르면 “카는 역사를 승자의 눈을 통해 보았다. 패배자는 그러한 역사에 뭔가 증언할 수 있는 목격자로서 자격을 상실한 사람일 뿐이다” 특히 벌린이 우려한 것은 카가 쓴《볼셰비키 혁명》의 성공이었다 “이 책은 그 주제에 관해 지금까지 나온 책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 …… 카 교수의 후속 책들이 인상적인 첫 번째 책에 뒤 지지 않을 만큼 훌륭하다면, 이는 우리 시대의 기념비적인 업적이 될 것이다. 그 책들은 역사 서술과 관련하여 객관적 진실의 존중과 불편부당한 정의_ 유럽의 자유주의 전통에 깊이 뿌리박고 있는 이상에 도전하고 있다.” 

[조너선 해슬럼, E.H.카 평전-사회적 통념을 거부한 역사가, 삼천리,2012.pp.371-373.]


이상과 같이 볼때,

공리주의, 마키아벨리, 현실주의, 역사적 결정론, 도덕적 상대주의, 승자 중심의 역사관 그리고 유화정책은 서로 연관을 가진 개념이라 추정가능하다.




덧글

  • 키키 2016/03/28 12:49 # 답글

    "현실주의가 불쾌한 현실을 수동적으로 인정할 수 밖에 없는 패배주의로 귀결될 수도 있다." 정말 좋은 말입니다. 몇번 되뇌여봅니다.
  • 파리13구 2016/03/28 12:50 #

    카가 유화정책을 지지한 사상적 배경이 됩니다. ㅠㅠ
  • 과민성 2016/03/28 16:57 # 답글

    현실주의가 불쾌한 현실을 수동적으로 인정할 수 밖에 없는 패배주의로 귀결될 수도 있다. -> 꼭 대북 유화책을 보는 느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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