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레네에게 트로이전쟁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가? Le monde

아리스토텔레스, 시인이 역사가보다 위대한 이유는?


자유의지 대 결정론의 논쟁의 차원에서, 인간이 어떤 일에 대해서 책임을 가진다는 것은 자유의지의 존재를 전제하는 것이다. 자유의지, 즉 선택의 자유가 없다면 책임도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결정론, 즉 한편으로는 모든 사건이 그렇게 되게끔 다른 사건들에 의해서 결정되어 있다고 주장하면서, 동시에 인간이 적어도 두 가지 행동 경로 사이에서 선택할 자유를 가진다고 주장하는 것은 명백한 모순이다. 책임과 결정론은 양립 불가능하다.

가령, 트로이 전쟁은 누구나 한번 보면 반할 수 밖에 없는 헬레네의 출중한 미모 때문에 발발했다. 그러나 헬레네가 남편을 버리고 파리스와 함께 도망치기로 한 것은 자유의지에 따라 선택한 결과가 아니며, 헬레네는 애당초 파리스와 함께 도망칠 것인지를 고려하고 어떤 결단을 내릴 처지에 있지 않았다고 보아야 한다. 

이렇게 헬레네의 자유의지와 이에 따른 선택이 부재한 가운데, 헬레네의 미모 때문에 천여 척의 배가 출동했다 정도에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헬레네에게 전쟁 발발의 책임이 있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선택의 자유가 없다면 책임도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출처-

이사야 벌린, 박동천 역, 이사야 벌린의 자유론, 아카넷, 2014,pp.66-67


덧글

  • 레이오트 2016/03/24 18:20 # 답글

    이 이야기를 보니 고대 그리스에서는 남성간 동성애만이 진정한 사람 대 사람의 사랑이며 남녀간의 사랑은 애완동물(?!)과 주인의 관계로 인식했다는걸 읽은게 생각나네요.
  • rumic71 2016/03/24 22:32 # 답글

    일리아스에서는 분명 자유의지였습니다만...
  • atom 2016/03/25 13:10 # 삭제

    여신이 파리스에게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주겠다고 했고 그 약속을 실현하기 위하여 헬레네가 파리스를 따라가게 만들었지 않나요.
  • rumic71 2016/03/25 17:04 #

    여신은 소개를 해주었을 뿐입니다. 헬레네가 남편에게 일러바쳤다면 안 가도 되었죠.
  • 2016/03/24 23:2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포스21 2016/03/24 23:27 # 답글

    흠? 어차피 그리스 신화에서 모든 비극의 원인은 신들 탓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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