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버, 선과 악의 이분법의 문제...
키신저의 경고...

"인간의 행위와 관련해 보면, 선한 것이 선한 것을 낳고, 악한 것이 악한 것을 낳는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차라리, 그 반대인 경우가 더 많다. 이를 인식하지 못하는 자는 실로 정치적 유아에 불과하다."

- 막스 베버, 최장집 (엮음) ,박상훈 옮김, 막스 베버 소명으로서의 정치 최장집 교수의 정치철학 강의 1, 후마니타스,2013. p.217.


실제로 키신저를 보면, 착한 사람이 좋은 정책을 만드는가?라는 문제에 대해 회의를 가지게 된다.

물론 하나의 가치관을 가지면서, 무엇이 좋은 것이고 무엇이 나쁜 것인지에 대한 구분이 분명해야 한다.

하지만, 분명한 선악관에도 한계는 있다. 특히 선악관을 정치의 문제에 적용할 때 그렇다.

좋은 사람이 좋은 정책을 만든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역사를 보면, 좋은 사람이 나쁜 정책을 만들 수도 있다.  가령, 제2차세계대전 전야의 영국 네빌 체임벌린의 유화정책은 평화를 간절히 원하던, 좋은 의도를 가진 좋은 정치인의 구상이었다. 하지만 체임벌인의 유화정책은 아돌프 히틀러라는 암초를 만나서 좌초하게 되었고, 이것이 제2차세계대전이라는 재앙으로 귀결되었다는 점은 주지하는 바와 같다. 좋은 의도가 좋은 정책을 보장하지 않는다.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역사가 우리에게 착한 사람이 좋은 정책을 만든다는 우리의 간절한 믿음에 대한 반면교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나쁜 놈이 좋은 정책을 만들 수도 있고, 반대로 좋은 놈이라도 나쁜 정책을 만들 수도 있다. 

따라서, 나와 내가 속한 편의 좋은 의도만을 강조하면서, 우리의 의도가 좋은 것이기 때문에, 우리의 정책도 좋은 것이라 주장하는 것은 오만일 수도 있다. 

선과 악의 관점으로 역사와 세상을 바라보는 것의 바로 한계가 바로 이것이 아닐까?

이상의 관점을 가지는 것은 키신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키신저는 칸트의 영구평화론을 진지하게 고민한 사람이고, 핵무기 시대에 평화야말로 도덕적인 정언명령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조지 캐넌식의 봉쇄정책에 대한 대안으로서의 데탕트의 사상적 배경이 되었다.  또한 19세기초의 유럽 빈체제를 공부하면서, 평화를 위해서는 국제관계에서의 안정과 질서의 적극적 추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즉 키신저의 외교정책은 이러한 평화라는 하나의 이상을 위한 것이었고, 이런 면에서 그는 도덕적이고, 좋은 사람이라 평가가 가능하다.

하지만, 키신저의 좋은 의도가 좋은 정책만으로 귀결된 것은 아니었다. 가령, 키신저의 실책으로 평가받는 정책들, 베트남전 확대, 칠레 쿠데타, 앙골라 내전, 인도네시아의 동티모르 침공 묵인 등은 좋은 의도가 나쁜 정책으로 귀결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상의 정책들을 나쁜 것이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키신저를 나쁜 놈으로 규정하고 심지어, 일부의 주장처럼, 키신저를 전범 재판으로 심판해야 한다는 것도 무리한 주장이 아닐까?

키신저를 전범 재판으로 처벌해야 주장한 크리스토퍼 히친스는 키신저 보다 더 빨리 저세상으로 갔다.[2011년 12월 15일 사망]  

하늘이 무심한 것인가? 
by 파리13구 | 2016/02/05 14:26 | Le monde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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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레이오트 at 2016/02/05 14:28
이렇게 정치와 윤리가 따로 작용함을 알아차린 마키아밸리는 부디 사람들이 그런 정치의 실체를 알아달라고 군주론을 썼지만 정작 그 군주론은 독재자의 전공필수과목이자 해당 과목 교재가 되었지요.
Commented by 파리13구 at 2016/02/05 15:36
무솔리니가 좋아했다고 합니다...
Commented by Megane at 2016/02/05 15:32
히친스는 키신저에 대한 히스테리 덕분에 빨리 죽었을 수도 있죠. ^^;;;;;;;
하여튼 지나친 분노는 수명을 줄입니다. 하늘은 원래 무심하죠. 앞으로도 무심할거고.
Commented by 파리13구 at 2016/02/05 15:37
히친스는 키신저 전기를 쓴 니얼 퍼거슨의 절친이었다고 합니다.

퍼거슨은 자기 책에 대한 히친스의 서평을 원했다고 합니다.

아마, 매우 분노했을듯 합니다. 키신저가 이상주의자라 했으니...ㅠㅠ
Commented by 레이오트 at 2016/02/05 15:37
그래서 우리가 암살단의 신조에 따라 악인에게 암살검을 박아넣는 암살자들에게 열광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Commented by 잠본이 at 2016/02/05 22:02
착한 사람이 나쁜 결과를 낳는 경우는 많이 떠오르는데 나쁜 사람이 좋은 결과를 낳았던 건 어떤게 있었을까 궁금하기도 합니다...
Commented by 파리13구 at 2016/02/06 02:26
스탈린이 나치로부터 유럽을 구한 것도 예가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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