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먼, 대통령 권력의 한계는?
키신저의 경고...


프랑스적 시각에서 보면, 대통령은 공화국의 왕에 다름아니다. 샤를 드골이나 프랑수아 미테랑이 이런 제왕적 대통령이었다.

그런데, 공화국의 법과 제도가 대통령에게 막강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장된 권력이 실제적인 힘으로 행사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다. 최근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을 보면, 같은 제5공화국 대통령제하에서도 대통령의 힘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된다. 리더십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것이 드골,미테랑과 올랑드의 차이를 가져온 것이다.

특히, 막스 베버적 시각에서 보면, 정치가 대통령은 관료와 대립하기 마련이고, 이것이야 말로 근대 정치의 조건들 중 하나이다.

[막스 베버, 최장집 (엮음) ,박상훈 옮김, 막스 베버 소명으로서의 정치 최장집 교수의 정치철학 강의 1, 후마니타스,2013.]

정치가로서 헨리 키신저의 위대함도, 봉쇄정책 시대의 미국외교의 문제가 바로 관료제의 경직성에 있다고 진단하고,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정점으로 백악관이 주도하는 외교로 미국외교의 관료제의 한계를 극복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에 있다. 

실제로, 미국 대통령의 관련 기록을 보면, 대통령이 도무지 말을 듣지않는 관료들에 대해 불평하는 사례들을 발견할 수 있다.

만약 최고 공직자를 꿈꾼다면, 현대 정치에서 왜 정치가와 관료의 대립이 발생할 수 밖에 없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통치술적 대안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다음은 해리 트루먼의 사례이다. 


1952년 이른 봄, 선거운동의 열기가 달아오르기 전에 트루먼 대통령은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에서 아이젠하워가 이기는 경우 장군 출신 대통령으로서 어떤 문제에 부닥칠 것인가를 곰곰 생각하곤 했다. “아이젠하워는 이 자리에 앉을 거야.” 트루먼은 (책상을 탁탁 두드리며) 말하 곤 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겠지. ‘이걸 해라! 저걸 해라!’ 하지만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야. 가없은 아이크... 대통령 자리는 군사령관하고는 전혀 달라. 아이크는 이 자리가 심한 좌절감을 가져다준다는 걸 알게 되겠지.”

  아이젠하워는 대통령이 된 뒤 그것을 알게 된 게 분명했다. 로버트 도노반은 아이젠하워의 임기 초반을 논평하는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견해차와 불화가 계속되자, 대통령은 참다 못해 이따금 분통을 터뜨리곤 했다. 공화당을 이끌려고 애써봤자 무슨 소용이 있는지, 그는 알고 싶어했다.” 그리고 이런 반응은 임기 초에만 국한되지 않았고,그의 소속 정당에만 국한된 것도 아니었다. 아이젠하워의 한 보좌관은 1958년에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은 아직도 자신이 무언가를 결정하면 그걸로 그 문제는 끝나야 한다고 생각하고 계십니다… 그런데 그 일이 끝나지 않은 상태로 되돌아오거나 잘못 처리되면, 대통령은 충격을 받고 깜짝 놀라는 경향이 있습니다.”

  트루먼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었다. 아이젠하워의 보좌관이 한 말 가운데 ‘충격적인 ’놀라움’ 대신 ‘사임’이라는 말을 집어넣으면, 트루먼한테 딱 들어맞았을 것이다. 상원의원 출신의 대통령은 장군 출신의 대통령보다는 충격을 덜 받았을지 모르나, 자꾸 되풀이되는 그 고통스러운 경험에 복종하지 않기는 장군 출신과 마찬가지였다. “이걸 해 라, 저걸 해라, 아무리 명령해 봤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아이젠하워에 대해 말하기 오래 전에 또 다른 말로 자신의 경험을 표현했다. “나는 온종일 여기 앉아서 어떤 일을 하도록 사람들을 설득 하려고 애쓰느라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 사람들은 내가 구태여 설득하지 않아도 그 일을 할 만한 분별력을 갖고 있을 게 분명하다… 대통령의 권력은 고작 그 정도에 불과하다.’’

[뉴스타트,대통령과 권력,신사,1992,pp.38-39]

- 노이스타트 Richard Neustadt 에 따르면, 바로 여기에 대통령 권력 문제의 핵심이 있다고 한다.

즉, 권력이 결코 힘을 보장해 주지 않으며, 대통령의 높은 지위가 결코 지도력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권력과 힘, 지위와 지도력을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엄청난 권력과 높은 지위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그것을 뒷받침해주는 힘과 지도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 대통령은 형식적으로 놀랄 만큼 광범위한 권력을 가지고 있고, 그 권력은 헌법에 보장되어 있다. 하지만 그 권력에도 불구하고 명령을 내리는 것 만으로는 어떤 결과도 이를 수 없다. 또한 대통령은 높은 지위를 가지고 있지만, 대통령이 설득력있는 주장을 펴지 못하면, 어떤 조치를 실행할 수 없다.

이런 맥락에서, 대통령 권력은 곧 설득력이다.

그런데 만약 대통령이 설득력을 결여한다면 어떻게 될까? 대통령이 부하에 대해 설득력을 가지려면, 지적 자산 같은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런 지적 자산은 없는데, 선거에서 이기는 법은 귀신같이 아는 정치인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설득력이 결여된 정치인이 할 것이란 자신의 부하들을 이른바 "진실한" 사람들로 채우는 것이 될 것이다. 진실한 사람들에게 설득력은 무용하다. 그들은 이미 설득되어 있고, 설득당할 준비가 되어있기 때문이다.
by 파리13구 | 2016/02/05 11:05 | Le monde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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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잠꾸러기 at 2016/02/05 11:11
마지막 단락.....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mmented by 파리13구 at 2016/02/05 11:15
잠꾸러기님은 진실한 사람이 아닙니다. ㅋㅋ
Commented by 잠꾸러기 at 2016/02/05 11:19
애초 그 나으리와 친하지도 않은데 진실할순 없죠.ㅋㅋㅋㅋ
Commented by 레이오트 at 2016/02/05 11:42
1. 지적 자산이라고 하니 한민족 최고의 성군 자리에 오른 세종대왕과 조선의 르네상스를 열었다는 정조대왕이 생각나네요. 이 두 왕은 정치행정 학습연구토론회인 경연에서 한 번도 신하들에게 진 적이 없다고 합니다.

2. 경연에서 진 적이 없다고 하니 왕이니까 그렇겠지 하겠지만 조선시대는 몇몇 시기를 제외하고 전형적인 군약신강의 시대였습니다. 오히려 왕이 신하들에게 미움받지 않으려고 눈치를 봐야만 했고 심지어 광해군처럼 일 잘해도 신하들 마음에 안든다고 퇴위당한 경우도 있지요.

3. "선거에서 이기는 법은 귀신같이 아는 정치인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와 "설득력이 결여된 정치인이 할 것이란 자신의 부하들을 이른바 "진실한" 사람들로 채우는 것이 될 것이다."라는 말만큼 지금 대한민국 정치상황에 딱 맞는 말이 있을까요?
Commented by 파리13구 at 2016/02/05 11:45
레이오트님도 진실한 사람이 아니군요...^^
Commented by 레이오트 at 2016/02/05 12:05
흥미로운 사실은 제가 그런 진실되지 못한 사람이 되게하는데 게임이 기여한 정도가 정말 크다는 것이지요.
Commented by Mavs at 2016/02/05 12:20
진실한 사람들로 구성된 인의 장막
Commented by 파리13구 at 2016/02/05 12:23
그 장막 최후의 마지노선에는 십상시가 있습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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