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패치가 E.H. 카를 인용하는 법은?

강용석 사건에 역사가 E.H. 카가 어떤 교훈을 준단 말인가?


디스패치의 강용석 관련 기사를 읽다가,

기자가 결론에서 E.H.카를 인용한 것을 발견했다. 인용하자면 다음과 같다.


"역사학자 E.H.카는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했습니다. 역사를 바라보는 하나의 시각을 경계하는 말입니다. 역사는 관점의 산물이기 때문입니다."

[김수지,강용석, 日 영수증의 진실…도도맘이 남긴 흔적들, 디스패치, 2015년 11월 4일] 


과연 카는 역사는 관점의 산물임을 주장하기 위해서,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주장했을까?  

역사는 관점의 산물이라는 주장은 콜링우드의 역사철학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기자의 해석에 따르자면, 카가 역사에 대한 콜링우드의 주장을 옹호한 셈이 된다.

콜링우드는 누구였는가? 콜링우드는 랑케로 대표되는 19세기 역사학의 사실 숭배를 비판하면서, 역사는 현재의 역사가의 해석을 통한 주관의 산물임을 주장했다. 

그런데,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카는 콜링우드 주장에는 커다란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역사는 역사가의 관점의 산물이라는 주장은 모든 객관적인 역사를 배제시키는 것이 되기 쉽다는 것이다. 결국 역사는 역사가가 만드는 것이 되어 버리고, 역사를 완전한 회의주의에 이르게 만들 수 있다.

"만일 역사가가 반드시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의 눈을 통해서 자신이 연구하는 역사적 시대를 바라보아야만 하고,또한 과거의 문제들을 현재의 문제들의 열쇠로서 연구해야만 한다면,그는 사실에 관한 순전히 실용적인 견해에 빠져서 올바른 해석의 기준은 현재의 어떤 목적에 대한 그 해석의 적합성(suitability)이라고 주장하지 않을까? 이러한 가설에 따른다면 역사의 사실은 무(無)가 되고 해석이 전부가 된다."  

[E.H. 카, 김택현 역, 역사란 무엇인가,p.46]


카는 역사는 관점의 산물임을 주장하기 위해서,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주장하지 않았다. 카가 대화를 강조한 것은 역사는 관점의 산물이라고 주장한 콜링우드식의 주장이 역사의 객관성을 위협하고, 역사를 완전한 회의주의로 이끌 가능성이 있음을 경계하기 위해서 였다.

따라서, 디스패치 기자의 카 인용은 부적절했다고 생각한다. 

by 파리13구 | 2015/11/04 14:22 | Le monde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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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Megane at 2015/11/04 14:25
팩트는 개뿔도 모르는데 뭐가....허허허.
기자쪽은 그냥 뭔가 있어보이고 싶었나 봅니다.
Commented by 파리13구 at 2015/11/04 14:29
네, 권위에 호소 오류를 범한 셈인데,

그 권위도 잘 모르고 인용한 것이기 때문에, 보다 비극적입니다. ㅠㅠ
Commented by 레이오트 at 2015/11/04 14:57
좀 거칠게 말해서 같은걸 말해도 전문용어스러운 외국어로 말하면 더 고급져보이는 것과 같은 것이지요.
Commented by 무명병사 at 2015/11/04 17:45
아무데나 갖다붙이면 멋있어보인다고 생각한 걸까요. 싸이월드하고 신문은 구별합시다.

아니, 카 박사는 저런 데 쓰라고 저 말을 한 게 아니지 않습니까.
Commented by 파리13구 at 2015/11/05 11:08
그렇습니다..ㅠㅠ
Commented by Cuz. at 2015/11/06 18:42
체리피킹의 극도로 나쁜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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