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수의 꽃... Le monde

테르모필레의 역사란 무엇인가?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香氣)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꽃의 소묘(素描), 백자사, 1959>



- 시인과 꽃의 관계는

역사가와 사실간의 그것의 은유가 될수도 있는가?

과거의 사실과 역사적 사실은 어떻게 구분되는가?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루비콘 강을 건너지만, 역사적 사실로 인정되는 것은 시저가 루비콘강을 건넌 사실 뿐이다. 

과거의 사실이란 역사가가 그 이름을 불러주기 전까지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닐까? 

역사가가 그 이름을 불러주는 순간, 과거의 사실은 하나의 의미가 되면서, 역사적 사실이라는 팡테옹에 안치될 자격을 얻는 것이 아닌가? 

많은 과거의 사실들이 팡테옹에서의 안식을 원한다.하지만 모든 사실들이 그런 영광을 누릴 수 없다.

왜냐하면, 역사가가들이 그들의 이름을 부르가 전까지, 그것은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덧글

  • Megane 2015/10/09 21:13 # 답글

    시저가 지나간 루비콘 강의 거대한 역사의 시작이니 뭐 그렇지요.
    나머지는 그저 관광객...
    한강도 삼국시대때 그렇게 박터지게 싸웠건만... 한강의 기적은 뭐...그런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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