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르모필레의 역사란 무엇인가? Le monde

[역사란 무엇인가]
[사실 숭배]


역사가가 고대 그리스 시대의 테르모필레 전투의 역사를 쓴다고 할때, 역사가의 관심사는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만약 사실이 숭배되었던 19세기의 역사가 (가령 랑케) 였다고 한다면, 가능한 전투에 관한 사실들을 많이 수집해서, 이 사실들을 있는 그대로 저술하는 것을 목표로 했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그는 다음 사실 조차도 수집하고 소개했을지도 모른다. 이 사실들을 바탕으로, 다음 역사 문제를 내는 것도 가능했을 것이다.

1. 전투에서의 스파르타의 전사자 수는?

2. 에피알테스(Ephialtes)의 인도하에 샛길로 진격해온 페르시아 대군의 수(數)?

2-1. 페르시아 군이 발사한 화살의 수는?

3. 다음 중 스파르타 300 전사에 속하는 않는 사람의 이름은?

4. 최후까지 항전한 300명의 스파르타군 가운데 생존한 2명의 이름은?

5. 레오니다스(Leonidas)가 그 운명의 날 아침에 쇠고기인가, 닭고기인가?


물론, 전투에 대한 세부 사항을 역사가가 아는 것은 미덕이다. 하지만, 이 세부사항을 아는 것이 우리가 테르모필레 전투의 역사를 알아야하는 이유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테르모필레 전투를 서술하는 역사가에게 모든 세부적인 사실을 다루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우리가 테르모필레 전투의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모든 세부적인 사실을 아는 것을 넘어선 어떤 인식에 도달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는 자질구레한 사실을 알기 위해서 역사를 공부하지 않는다. 


김현식의 관련 지적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테르모필레의 전투를 예로 들어 볼까요. 만약 모든 인간의 모든 과거사가 역사가의 과제라면, 그 /그녀는 5일 간의 소강 상태 후 이루어진 메디아 군의 공격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스파르타인들이 전사했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에피알테스(Ephialtes)의 인도하에 샛길로 진격해온 페르시아 대군의 수(數)도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최후까지 항전한 300명의 스파르타군 가운데, 298명의 전사들 -ᅳ헤로도투스(Herodotus) 에 따르면, 아리스토데모스 (Aristcxiemos) 와 판티테스 만이 생환하였습니다 — 이 어떻게 격전의 와중에서 실로 용감하게 싸우다가 쓰러졌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 누군가는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강변할 수 있겠죠. 명색이 역사가라면 하면서 말 입니다. 뭐 나쁘지는 않겠죠. 스타르타군 300명의 이름을 다 외우고(헤로도투스는 이 모두의 이름을 알고 있다고 자랑합니다!!), 나아가 레오니다스(Leonidas)가 그 운명의 날 아침에 쇠고기를 먹었는지 닭고기를 먹었는지 알아내는 것(이건 헤로도투스도 모릅니다!!)도 말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요구는 실로 무지한 것입니다!
 
이는 역사가에게 신(神)이 될 것을 요청하거나, 아니면_크로체의 말을 빌자면——정신병자가 되라고 말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죠. 역사가는 결코 알 수 없으며,알려고 노력하지도 않습니다. 무기가 없어 ‘손과 이빨로 싸운’ 그리스 군사들의 수와 이름을. ‘소낙비같이 퍼부어진' 페르시아 군대의 화살 수를. 레오니다스에게 최후의 일격을 가한 군사들의 이름을. 그래도 역사가는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테르모필레의 전투에 관한 모든 세부적인 사실들을 모른다고 해서, 그 사건의 의미와 중요성을 서술하는 데 결코 부족함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죠. 


참고-

김현식, 역사, 위험한 거울, 푸른역사, 2001, pp.86-87




덧글

  • 레이오트 2015/10/08 18:26 # 답글

    테르모필레 전투를 다룬 영화 300의 DVD SE에 있는 코멘터리에서 시나리오 작업에 참가한 학자가 300은 신화화된 역사를 그리스인의 시각에서 서술한 것이라고 언급한것이 기억나네요.

    사실 역사만큼 보존도 보존이지만 당장의 기록 자체가 힘든 주제도 잘 없지요. 그런 의미에서 그저 작은 절대왕정국가의 왕들에 대한 기록이라고 할 수 있는 조선왕조실록은 그야말로 인류문명사의 기적들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지요.
  • vibis 2015/10/10 11:48 # 답글

    천인공로할 주장입니다. 300전사가 소고기를 먹었는지, 닭고기를 먹었는지는 매우 중요한 사실입니다. 특히 닭이라면 구웠는지 삶았는지 튀겼는지, 튀겼다면 후라이드인지 양념인지, 무국물은 마셨는지 철저히 밝혀내고 증명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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