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와 헌법은 대립하는가?" Le monde

투키디데스의 한마디...

민주주의와 헌법의 관계, 좀더 엄밀하게 말하자면, 아테네 민주주의와 입헌민주주의의 차이를 알기 위해서, 우선 강정인의 다음 지적을 참고하자.

아테네 민주주의 대 입헌민주주의

아테네에서 민회는 최고의 의사결정기관으로서 그 권한은 이론상 무제한적이었으며 천부불가양의 권리라는 관념에 의해 그 행사가 제한받지 않았다. 따라서 민회는 때로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법률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날 자유민주주의 아래에서 인민에 의한 지배의 개념은 그처럼 넓은 권한을 인정하지 않는다. 말하자면 입헌민주주의의 원칙상 시민들이 결정하는 것이면 무엇이든지 민주적 결정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곧 오늘날 시민의 민주적 결정은 그 내용에서 헌법상의 제약을 받는다. 

강정인, “민주주의”, 115쪽

강정인의 지적처럼, 헌법이란 인민의 지배, 즉 데모크라티아를 제한하고 견제하기 위한 것이다. 민주주의, 즉 인민의 지배라는 원리는 헌법의 제약을 받는다. 따라서 헌법이란 인민의 지배,다수결의 결정이 자연법의 원리(국민 기본권,인권 등)에 위반되지 않도록 감시,견제하는 것이다. 

헌법과 민주주의 간의 대립에 대해서, 최장집은 다음을 지적했다. 

최장집에 따르면, 헌법의 기본목적은 민주주의의 대표성과 민주주의적 가치를 제약하는 것이다. 헌법에 기초한 민주주의, 즉 헌정적 민주주의란 민주주의의 다수결주의에 대한 제한이며, 민주적으로 이루어진 의사결정을 헌정적 제약에 종속시키는 것이다.

헌재가 민주주의적 다수결주의를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을 소위 <반다수결주의 문제>라 부른다.

비켈에 따르면 "사법심사가 우리의 체제에서 반다수결주의적 힘이라는 것은 근본적인 난제이다. 연방대법원은 입법부의 활동 혹은 선출된 행정부의 행동을 위헌적이라 선언할 때, 실제로 인민의 대표들의 의사를 좌절시키는 것이 된다. 그것이 바로 사법심사(헌법재판)이 비민주주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이다."

데모크라티아와 헌정주의간의 이상의 대립은 민주주의 개념사에서 민주적 헌정주의 democratic constitutionalism와 헌정적 민주주의 constituional democracy 의 대립으로 나타났다.

전자의 대표적인 예는 기원전 5세기, 기원전 4세기의 아테네 민주주의였다. 고대 그리스 아테네의 민주적 헌정주의는 시민의 높은 정치참여가 보장되었고, 인민주권과 자치정부 원리에 보다 충실했다. 반면, 후자인 헌정적 민주주의는 민주주의 다수결이라도 틀릴수도 있다는 것과 전제적 다수의 횡포에 대한 사법적 견제장치가 필요하고, 이것이 바로 헌재의 위헌심판이라 주장한다. 

최근의 한국의 사법 논쟁에서, 민주적 헌정주의와 헌정적 민주주의가 첨예하게 대립한 예가 바로 통진당 해산 심판이었다. 

헌재의 통진당 해산 결정에 대해서, 일부 진보는 헌재가 민주주의를 파괴했으며, 따라서 헌재를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통진당에 대한 해산결정은 헌법재판소가 내리는 것이 아니라 선거를 통해 주권자인 국민이 내리는 것이다라 주장했다. 이는 민주적 헌정주의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다.

하지만, 입헌민주주의를 채택한 대한민국에서, 모든 결정을 국민의 심판,결정에 맡길수도 없는 노릇이다. 만약 통진당 해산문제가 민주적으로 이루어진 의사결정을 헌정적 제약에 종속시키는 문제라면, 이를 또다시 선거라는 민주주의를 통해 해결하자는 주장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민주주의의 문제를 민주주의로 풀 수 없다는 원리가 헌법이 아닐까? 



덧글

  • 레이오트 2015/07/01 13:39 # 답글

    애시당초 의회가 제대로 일했으면 헌법재판소 신세를 질 일이 적었을 것이고 이런 논쟁이 일어날 소지도 적어졌겠죠.
    그래서 전 지역구 국회의원에 대한 직능과 각 사회계층을 대표하는 비례대표 국회의원 의석 비율을 최대한 줄여야한다고 생각합니다.
  • 원조언변왕클랜 2015/07/02 12:57 #

    지역구 국회의원에 대한 직능과 각 사회계층을 대표하는 비례대표 국회의원 의석 비율을 최대한 줄여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왜그런거죠?
  • 레이오트 2015/07/02 13:11 #

    쉽게 말해서 국회의 입법기능을 더욱 더 높이기 위해서입니다.

    지역구 국회의원은 해당 지역민의 의사를 대표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중요하지만 현대 사회는 지역을 초월하는 요소, 즉 직업이나 사회계층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꽤 크고 이들의 의사를 반영하기에는 지역구 국회의원은 이래저래 한계가 있거든요.

    그러니까 지역구 국회의원 대 직능 및 사회계층 대표 비례대표 국회의원의 비율을 낮추어서 국회의 입법부로써의 기능을 강화하여 행정부와의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는 말이지요.
  • 원조언변왕클랜 2015/07/02 13:50 #

    아 저는 영국처럼 비례대표 이런거 없애고 온리 지역구 소선거구제로만 밀어버려야한다 이런식으로 이해해서요.

    지역구야말로 지역의 사회간접자본 개발 포퓰리즘과 지역구의원간 예산쟁탈 세력대결에 모든 사회이슈를 한수 밀리게 하니까 안좋은거 아닌가 해서요

    (중선거구제의 경우 지역구 내 소지역 대결주의가 심화되는 부작용이 있지만, 대신에 대지역 단위의 대결주의는 그만큼 완화될수도 있고 무엇보다 지역보다 계층별 맞춤형 현물복지정책이나 공공의 이득을 위한 행정법 각 분야의 개정 같은 이슈를 다루겠다고 나서는 정당의 의원이 당선되기 쉬워지죠.
    대신에 국회법의 내각구성 법이 다수파에게 좀더 유리하게 안되어있고 문란하면 벨기에 중앙국회 꼴이 날수 있다는 심각한 단점이 있지만)
  • Megane 2015/07/01 13:50 # 답글

    마지막 단락에 크게 공감합니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민주주의를 제한하는 것.
    지금 그리스가 보여주고 있는 만용을 보면, 이미 그리스라는 국가가 책임져야 할 것을 선거를 통해 결정하자는 황당한 모순. 그렇다고 국가채무가 사라지는 것은 절대로 아닐텐데 말입니다.
    통진당 사건도 만일 우리 현실이 남북 분단이 되어 있지도 않고, 지리적으로 중간적으로 아시아와 미주대륙을 연결하는 위치가 아니었다면 공산주의를 주장해도 문제가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처한 현실이 통진당 해산이라는 결과를 필요로 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을 겁니다. 그걸 투표로 결정했다면... 끔찍하네요.

    그리고 막연히 생각해보는 것이긴 합니다만.
    민주주의라는 존재자체가 가지는 모순을 극복하기 위한 도구로서 힘을 키워온 헌법.
    그야말로 고삐가 풀리지 않기 위한 가장 최전방에 위치한 안전장치가 아닐지요.
  • 파리13구 2015/07/01 13:51 #

    헌법은 민주주의의 자살을 막는 제동장치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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