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의 꼼수 혹은 무리수? Le mon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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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교과서]
[교육과정]
[교육내용 적정화]

청일전쟁,삼국간섭,인아거일 引俄拒日策, 명성황후 시해, 을미사변, 의병운동, 단발령, 아관파천을 한문단으로 설명하는 것은 가능한가? 

김성자의 중학교 ‘역사’ 교육과정 및 교과서에서 ‘교육내용 적정화’ 담론의 수용과 굴절 이란 논문을 흥미롭게 읽었다.



교육과정 혹은 커리큘럼이란 일정한 교육의 목적에 맞추고, 교육 내용과 정해진 수업의 교육 및 학습을 종합적으로 계획한 것을 말한다.

국가 교육과정의 개편때마다 교육부는 교육과정 총론을 개발하고, 교과서 집필자들은 이 총론의 원칙에 따라 서술에 임하게 된다.

최근의 교육과정 총론 개발 과정에서 강조되는 것이 바로 교육내용 적정화라 한다. 교육내용 적정화란 교육내용의 범위,양,수준을 햐향조정하여 교육과정의 내용을 적정화하고, 이를 통해 학생의 학습 부담을 줄이자는 주장이다. 

2011 역사 교육과정에서도 ‘교육내용 적정화’가 역시 강조되었다. 2011 중학교 ‘역사’ 교육과정은 성취기준 수를 한국사 영역의 경우 50개(2010 ‘역사’ 교육과정)에서 42개로, 세계사 영역은 35개에서 27개로 줄였다. 2011 중학교 ‘역사’ 교육과정 개발진은 이를 통해 대략 20% 내외의 내용 감축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성취기준 축소과정에서, 두 개 이상의 성취기준을 하나로 통합하여 성취기준 수를 줄이기도 하였다. 2010 ‘역사’ 교육과정에서 고려전기와 고려후기 두 개의 대단원으로 이루어져 있던 고려시대가 한 단원으로 통합되었고, 이에 따라 2010 ‘역사’ 교육과정에서 9개였던 고려시대 성취기준은 2011 ‘역사’ 교육과정에서 5개로 축소되었다.

그런데, 성취기준 축소에서 기준의 삭제보다는 기준의 병렬적 통합 사례가 다수 발생했다고 한다. 

가령, 2011 역사 교육과정 세계사 영역에서 (6) 현대 세계의 전개 의 성취기준 감소는 다음과 같았다. 


물론 성취 기준에서 러시아 혁명의 국제적 영향이 삭제되었지만, 2개의 기준이 하나로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학습량 감소에 어떤 영향을 줄지 의문이다. 이런 식의 성취기준 감소가 과연 교육내용 적정화라는 교육과정 총론의 원칙을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형식적으로는 수용하는 척하지만, 내용적으로는 수용을 거부한다.  

김성자의 분석에 따르면, 2010 역사 교육과정에 의거하여 개발된 중학교 역사 교과서를 보면, 교육부의 총론을 형식적으로 수용하고는 있지만, 이것이 학습 분량 축소로 귀결되지 못했다. 심지어 이전의 7차 교육과정과 비교해서 용어 및 내용이 추가되기도 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2010 역사 교육과정의 교과서 개발자들은 지면 축소의 압박 하에서, 사건 설명을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압축적 형태로 간략하게 서술하면서 학생의 이해를 어렵게 만들기도 했다. 다음 사례를 보자. 

“청·일 전쟁에서 일본이 승리하였지만, 삼국간섭으로 일본의 영향력이 약화되자 고종은 러시아의 힘을 빌려 일본을 견제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움직임에 당황한 일본은 명성황후를 시해하고(을미사변), 단발령, 태양력 사용 등을 포함한 개혁을 단행하였다 (을미개혁, 1895). 이후 을미사변과 단발령 시행에 반발한 항일 의병 운동이 일어났으며, 신변의 위협을 느낀 고종은 러시아 공사관으로 거처를 옮겼다(아관파천, 1896).”


이 사례는 7차 교육과정 국사 교과서에서 3쪽에 걸쳐 설명한 사건들을 한 문단에 모두 제시했다. 따라서 각 사건에 대한 구체적 설명없이 단지 사건명만 나열했다. 이것은 결국 학생들의 맥락적 역사 이해를 불가능하게 하고, 역사는 암기할 내용이 많아 어렵다고 느끼며 역사 학습에 흥미를 잃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만다. 교육내용 적정화 담론에 따른 분량 감소로 인해서 학생의 역사 이해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던 것이다. 

학생 입장에서, 내용의 지나친 축소 때문에 사실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사실을 외울 수 밖에 없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청일전쟁만해도 그것을 다룬 연구서가 국내외에서 수백권에 달하는 상황에서, 청일전쟁,삼국간섭,인아거일 引俄拒日策, 명성황후 시해, 을미사변, 을미개혁, 의병운동, 단발령, 아관파천 같은 역사적 사건의 연쇄를 한 문단으로 처리하는 것은 객기가 아닌가?  



덧글

  • 레이오트 2015/03/04 17:33 # 답글

    사실 역사라는 과목이 근현대로 올수록 남아있는 기록의 수가 많아져서 교과서 내 분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경향이 있지요. 전 개인적으로 고대, 중세 역사도 중요하지만 근현대사야말로 지금 이 시대와 가장 직접적으로 연관되기 때문에 근현대사 교육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 파리13구 2015/03/04 17:35 #

    그런데, 교육부는 현대사가 이념적으로 논란대상이니

    논란에서 자유로운 과거사 교육을 강조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합니다. ㅠㅠ
  • 레이오트 2015/03/04 17:53 #

    그럴만도 하지요. 한반도, 더 나아가 동북아시아는 세계에서 유일한 냉전주의적 사고와 그것이 만든 망령과 괴물들이 득세하는 지역이니까요.
  • IEATTA 2015/03/04 18:00 # 답글

    통사를 중심으로 하는 역사교과서는 이미 현실에서 요구하는 교육과 유리된지 오래지요. 역사가 수능에 들어오기만 하면 역사교육이 강화되는줄 아는 사람들이 학계에 있는데 무슨 변화를 바라겠습니까 ㅠㅠ
  • 파리13구 2015/03/04 18:04 #

    공교육 역사는 학생들이 역사에 관심을 가지지 못하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 레이오트 2015/03/04 18:07 #

    태정태세문단세...하던 시절부터 이미 글렀던거죠.
  • 잠꾸러기 2015/03/04 18:36 # 답글

    맨위의 나열된 것들은.... 음....
    '왕조유지를 위한 노력과 실패'
    라는 소제목으로 압축 가능할듯ㅋ
    나랏님들이 좋아할 제목으로는
    '외세의 침탈과 조선의 여러 노력'... 정도가 되겠네요ㅋ
  • 파리13구 2015/03/04 18:46 #

    ^^
  • Megane 2015/03/04 20:36 # 답글

    그냥 암기과목이라능. 실제 역사가 어떤지 관심없죠. 어허허...
  • 레이오트 2015/03/04 22:57 #

    그래서 요즘 사극들은 맘편히 고증파괴를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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