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용의 정신은 정의에 관한 이견까지 확대되지 않는다!"...
무제한적 관용은 반드시 관용의 소멸을 불러온다. 우리가 타인을 관용하지 않
는 자들까지 무제한적으로 관용한다면, 우리는 불관용의 공격으로부터 관용의
원리를 지켜낼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불관용을 관용하지 않을 권리’(the right
not to tolerate the intolerant)를 갖는다.18) 그렇다면 타자의 가치와 신념을 불관
용하지 않는 이상, 어떤 가치나 신념이라도 관용되어야할까? 슈미트(C. Schmitt)
는 모든 생각할 수 있는, 심지어 적대적 견해에 대해서도 절대적 중립성을 지키
려는 국가의 소극적 관용(passive Toleranz)은 탈정치화(Entpolitisierung)와 그 내
용의 빈곤함(Inhaltslosigkeit)을 표현할 뿐이라고 지적한다.19) 로크(J. Locke)가
시민사회의 보존에 필수적인 도덕 규칙에 반하는 견해에 대해서 관용할 수 없다
고 밝힌 것이나,20) 롤즈(J. Rawls)가 관용은 정의로운 사회의 공공질서와 안전을
위해 제한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은21) 관용에는 내용적 한계가 있으며, 그 내용
적 한계는 사회구성원들의 도덕적, 정치적 가치평가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말
해주고 있다. 즉, 가치관과 신념, 정치적 견해에 내재한 모든 차이(difference)를
아무런 가치평가 없이 수용하거나 용납한다면, 관용은 자기의 존재 가치를 스스
로 부정하는 개념이 될 것이다.
-출처
김남준, 다문화시대의 도덕 원리 논쟁: 관용과 인정...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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