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에서의 역사교육의 목적은? Le monde

삼성그룹의 역사시험 문제?

[역사교육]
[시민 교양]
[민주주의][파이데이아]

왜 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쳐야 하고, 어떤 역사를 가르쳐야 할까?

그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 학생을 미래의 역사학자로 키우는 것이 목적인가? 그들에게 역사적 사고력,역사적 논리력, 역사학자가 생각하는 방식을 전수시키는 것이 목적인가? 

역사교육의 목적은 역사가 양성인가. 아니면 장래의 민주시민을 위한 교양교육인가? 만약 후자라면, 문제는 분명하다.

사학과에서의 역사교육과 학교교과로서의 역사교육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존 화이트의 지적처럼, 학교교과로서의 역사는 역사연구 그 자체보다는 학교교육의 목적을 중시해야 하며 따라서 학교에서 가르쳐지는 역사는 민주 시민의 덕목 양성이라는 교육의 기본적인 목적에 부합해야 한다. 

이제는 민주공화국의 시민을 기르기 위한 역사교육의 가능성에 대해 고민할 때다. 민족,국가에 대한 충성심을 주입시키기 위한 역사교육이 아닌,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와 ‘민주시민 육성’이라는 교육기본법의 가치를 위한 역사교육이 돼야만 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역사교육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우리는 민주시민이다’ 라는 가치를 역사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그 목표로 삼는다.

폴 우드러프의 지적처럼, 교육은 시민지혜 전달을 위한 것이 되어야 한다. 공교육에서의 역사교육은 학생을 전문가로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시민 지혜를 가진 미래 민주시민으로 양성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시민지혜가 전문적으로 특화되어서는 안된다. 시민 지혜가 교육을 통해 고양될 수 있다고 한다면, 반드시 비전문화된 교육을 통해 고양되어야 한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바로 이 점을 이해했고, 전문적인 직업 훈련과 다른 일반 교양교육, 즉 파이데이아를 시행했다. : <<파이데이아 paideia는 민주주의에 생기를 북돋는 근원이다. 파이데이아는 ‘일반 교양 교육’general education으로 번역되는 것이 마땅하나 사실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파이데이아는 그것을 받은 시민이 어떤 특정 전문 영역에서 전문가와 경쟁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이것은 전문적인 지식 훈련으로서의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의 주장에 대해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지혜를 제공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파이데이아를 ‘전문 교육 위의 교육’super-expert education이라고 부를 수 있다. 만약 시민들이 파이데이아를 받지 못하고 그로 인해 숙고할 능력을 갖지 못한다면, 도대체 그들은 공동체에 대한 논의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어떻게 그 논쟁을 듣고 판단을 내릴 수 있겠는가? 유용한 논쟁이나 논의를 벌이지 못하는 한, 사람들은 자신들의 국가를 제대로 다스릴 수 없다.>>

그렇다면, 새로운 역사교육의 목적에 부합되는 역사적 사실은 어떤 것인가? 역사적 사실 선정의 핵심 기준은 바로 민주공화국과 시민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지 여부이다. 민주주의,공화주의,시민 같은 개념이 어떻게 역사적으로 발전해 왔는지를 살펴보고, 이와 관련된 역사적 사실들을 적극적으로 찾아내려 노력해야 한다. 그 교육효과란 다음 같은 것이다. 교육을 통해서, 교사와 학생들이 민주공화국과 시민에 대해 토론하게 하고, 다른 지역, 다른 시대의 그것들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이해하게 한다. 그 결과 교육의 주체들이 민주공화국을 사랑하고, 그 시민임을 자랑스럽게 느끼게 만들자는 것이다. 새로운 역사교육을 위해서 민주공화국과 시민이란 가치를 중심으로 새로운 역사 사실을 발굴해야 하고, 근현대사 교육의 비중이 더 커져야 한다. 이같은 판단력을 바탕으로, 학생은 졸업 이후 역사관련 문제에 대해 토론에 참여할 수 있고,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다. 학생은 최소한 민주주의,인권,공화국,주권,시민,공중 같은 사회 이해를 위한 기초 개념들을 이해해야만 한다.

민주공화국 시민을 기르기 위한 새로운 역사교육은 진보의 것도 보수의 것도 아니다. 그것은 합의된 역사 서술을 지향하고, 합의된 역사 해석을 가르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바로 새로운 역사교육의 가치 기반인 헌법 및 교육기본법의 기본정신이다. 이 기본정신을 바탕으로, 진보와 보수가 합의할 수 있는 역사교육을 함께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21세기 한국의 역사교육에서 역사는 이제 암기과목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야 한다. 역사가 암기과목이 되면, 역사교양은 파이데이아가 아니며, 민주주의의 발전에도 도움이 안된다. 민주주의를 위한 시민교양으로서의 역사교육이 절실하게 요청되는 오늘이다.

덧글

  • 레이오트 2014/11/19 13:09 # 답글

    하지만 역사는 물론이고 철학서적까지 탐독한 대학생들이 주도한 민주화 운동으로 독재정권이 제대로 붕괴하는 것을 경험한 대한민국 정치가들에게 국민들이 쓸데없이 인문학적으로 똑똑해지는 것은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지요.
  • 파리13구 2014/11/19 13:08 #

    ^^
  • 희나람 2014/11/19 13:46 #

    혹시 설명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많은 이야기가 생략된 것 같아, 이해하지 못해서요..
  • 레이오트 2014/11/19 13:52 #

    역사를 보면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한 왕조나 정권이나 정부는 내부적이든 외부적이든 무슨 요인이 되었든 멸망하거나 교체되었죠. 그리고 자유민주주의와 평등사상을 만든 이들은 고대 그리스 철학에서부터 르네상스와 계몽주의 시대를 거치며 성장하고 발전해온 인문철학과 그 궤를 함께합니다.

    무엇보다 역사와 인문철학을 공부하게 되면 이 세상이 올바른가 올바른지 않은가를 판단하는 "지혜"가 생기기 되고, 이는 시민운동을 이끌어내지요.
  • 진냥 2014/11/19 15:21 # 답글

    역사적 사고를 키우는 것이 역사가가 되기 위함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저도 한 번 길게 늘어놓은 적 있습니다만...
    역사교육의 목표가 민주 시민의 양성에 초점이 맞추어져선 안된다는 것은(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한 목표를 달성할 요량이면 굳이 역사라는 교과를 배울 필요가 없다는, 역사 교과의 당위성을 잃기 때문입니다. 사회문화? 법과 정치? 경제?.... 다른 사회과 교과를 학습함으로서 대체할 수 있는 목표라면 역사의 위상은 필수과목이 아닌 일개 선택과목에 머물러도 문제 없을 터입니다.

    또한 민주 시민으로서의, 국가 공동체 의식의 고취라는 목표에 쉽사리 안착해도 되는 것일까요....
    사실 대한민국의 역사 교육은 합의점을 찾기도 어려울 뿐더러 국가 및 사회의 요구에 지나치게 휘둘리는 경향이 있었지요. 현재 주목을 받고 있는 상고사 논쟁, 내재적 발전론은 교과서에 잔재하여 교육과정을 논쟁의 단상 위로 끌고 가는 한편 기존의 민족주의적 담론으로서의 역사교육과 새로이 대두되는 동아아시아/세계 역사상의 교류 협력을 강조하는 역사교육 또한 합의점조차 찾지 못한 채 상충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만약 사회적으로 합의된 역사적 사실을 교육내용으로 삼아 가르칠 것이라면 합의되지 않은 것- 논쟁 중의 내용- 합의 외의 사실은 역사 교육 내용에서 괴리하여 표류시켜도 되는 것일까요?

    결국 역사교육이 목표로 삼아온 역사적 사고란, 역사가의 사고방식이란 학생들을 작은 역사가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역사라는 그 자체로 특수한 교과가, 과학적이면서도 문학적이고 인간을 대상으로 하며 현재와는 다른 환경에서 자신과는 다른 선택을 해 온 역사적 인물 각 개인을 이해하는 특정적인 교육과정이- 이를테면 '오래된 미래', 학생들로 하여금 현재와 미래를 성찰할 수 있는 사고력을 길러주기 때문에 창출된 개념이라는 것이겠지요.

    ....요즘 공식적인 논의에서는 역사적 사고력을 '핵심 역량'이라는 단어로 대체하려는 모양이더군요. 이건 이것대로 본질을 호도하는것 같긴 한데....
  • 파리13구 2014/11/19 16:10 #

    의견 감사합니다.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