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혁명과 암기식 교육의 종말?



[듣기][음악]
[소니 워크맨]
이재현에 따르면, 1979년에 등장한 소니 워크맨은 음악 청취 역사상 최초로 혼자서만 음악을 듣는 관습을 만들어 낸 기기이다. 정말 그랬다. 그 이전까지는 혼자 있지 않는 한 흘러나오는 음악을 다른 사람이 못 듣게 하는 방법은 없었다. [이재현, 듣기와 읽기,말하기와 쓰기]
1980년대에 소니 워크맨이 불티나게 팔리면서, 워크맨의 등장에 따른 인간의 변화를 우려하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한다. 즉 워크맨 때문에 인간관계가 소원해질까 걱정된다는 것이었다.
1981년 동아일보의 한 관련기사는 헤드폰 라디오에 대해서 다음을 지적했다. 헤드폰 라디오가 인간관계를 소원하게 만들고, 개인주의를 조장한다는 것이었다. :“요즘 우리나라에도 보급되기 시작한 헤드폰 라디오가 음악애호가들에게는 굉장한 사랑을 받고 있지만 인간관계를 소원하게 한다는 예상치 못한 측면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중략) 뉴요크 타임즈 지는 “지하철에서 공원에서 주위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문명사회에 어울리는 제품”이라고 치켜세우면서도 헤드폰 음악 유해론을 함께 펼치고 있다. 즉 가뜩이나 개인주의성향이 짙은 미국인이 헤드폰 때문에 더욱 고립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는 것. 한 여성잡지 판매직간부인 ‘콜’ 양이 헤드폰 때문에 데이트를 망친 얘기를 들어 보면 “나의 남자친구인 그 사람이 헤드폰을 껴고 스테레오음악에만 열중하면서 나보고 들어보라는 거에요” 그녀는 그날의 데이트가 마지막 데이트였다고 말했다(동아일보 1981년 5월 13일 ‘음악팬 인기집중 헤드폰 라디오’ 中)."
시사저널의 관련 기사를 보면, 워크맨이 탄생한 1979년을 개인주의와 소통 단절의 원년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 "워크맨은 새롭고 낯선 유형의 사회에 대한 전조를 내비친다. 각자의 워크맨으로 음악을 듣던 청소년들이 잠시 헤드폰을 귀에서 빼고 무슨 음악을 듣느냐고 서로 묻는다. 언뜻 보기에 ‘공유’와 ‘대화’의 한 방식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그러한 대화에서 라이브 공연에 함께 간 사람끼리 경험하는 종류의 공유와 공감은 찾아낼 수 없다. 음악은 본래 공유와 공감의 경험이나 다름없다. 워크맨으로부터 발원한 휴대용 오디오 기술은 그러한 사회적 연결망을 도리어 축소하거나 심지어 단절한 것으로 여겨진다. 워크맨이 세상에 나온 1979년은, 어떤 면에서 ‘개인주의’와 ‘소통 단절’의 원년이기도 한 셈이다." [시사저널, 워크맨이 창조한 나 홀로 천국 25년, 2004년 8월 10일]
이상에서 본 워크맨 비판론을 보면, 워크맨의 인기로 인해 개인주의 강화, 대화 및 소통의 단절이 우려된다고 했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최초의 워크맨 모델인 TPS-L2 의 기능을 보면, 워크맨의 개인주의적 음악 혁명의 한계를 읽을 수 있다. 초기 모델 워크맨의 음악듣기는 대화와 공유라는 개념을 포함했기 때문이다.
위의 사진을 보면, 헤드폰 구멍이 두개 있는 것이 보이고, 이는 음악을 같이 들으면서 공유할 수 있게 했다. 그리고 더욱 혁신적인 것은 주황색의 핫라인 버튼인데, 이는 버튼을 누른 상태에서 상대방 헤드폰과 대화를 가능해 주는 것이었다 한다. 즉 음악은 공유되고, 대화가 가능해야 한다는 개념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같은 모순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음악을 개인적으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 워크맨이 초기에는 공유와 대화라는 개념을 수용하고 있었다는 모순말이다. 이것이 바로 옛 미디어와 새 미디어가 공존,경쟁하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재매개이다. 재매개(remediation)란 폴 레빈슨(Paul Levinson)이 새로운 미디어 테크놀로지가 앞선 테크놀로지를 개선하거나 수정하는 "인간성향적anthropotropic" 과정이라 정의한 개념으로 새로운 미디어가 앞선 미디어 형식들을 개조하는 형식 논리를 의미한다. 초창기 워크맨인 TPS-L2 모델이 음악의 공유와 대화의 정신을 유지한 것도 일종의 재매개 현상인 것이다. 재매개에 따르면, 새롭게 등장한 미디어는 이전 미디어를 모방하고 개선하면서 조금씩 자리를 잡아나가게 된다.
2012년 12월, 소니가 워크맨 생산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비록 워크맨은 그 생명을 다했지만, 워크맨이 인류의 음악듣기를 개인화한 그 개념은 아이팟,mp3플레이어,스마트폰에서 여전히 살아있다. 우리는 여전히 걸어 다니며 음악을 듣는 시대에 살고있다. 워크맨의 정신이 여전히 살아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워크맨의 개인주의 음악 혁명을 뛰어넘는 새로운 오디오 기기가 등장할 수 있을까? 그것은 바로 공유와 대화라는 개념과 연결된 것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할 수 있다.













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