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과 자본주의 - 고정희" 나의 즐거운 일기

[정은임]

최근 신비한 경험을 하고 있다. 

라디오를 듣고 있는데, 그 진행자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진행자는 문화방송의 정은임 아나운서로 그녀가 사망한지 벌써 10여년이 지났다. 

라디오 방송이 가지는 성격을 고려하면, 가령  92년 11월 10일 전파를 타고 이미 사라진 소리를 2014년 2월의 한 청취자가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신비한 체험이라 할 수 있다. 

이같은 작은 기적이 가능한 이유는, 고 정은임 아나운서의 아버지가 그녀의 모든 방송을 테이프로 녹음에 놓았고, 그녀의 사망 이후, 그 테이프들을 추모사업회에 기증했고, 그 테이프를 디지털로 변환해서, 인터넷에 공개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한다.

나는 추모사업회에서 공개한 파일을 아이폰으로 옮겨서, 지하철을 타고 다니면서 듣는다. 

20년 이상 지난 방송이라 요즘 취향에 맞지 않을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방송이기 때문에 덜 낯설다.

92년 11월 10일 방송에서, 정은임은 고정희의 한 편의 시를 소개했다.  


[고정희]
[밥과 자본주의]

밥과 자본주의 - 고정희

밥은 모든 밥상에 놓인 게 아니란다 


...중략

너는 이제 알아야 한다 
밥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나누는 것이란다 
네가 밥을 함께 나눌 친구를 갖지 못했다면 
누군가는 지금 밥그릇이 비어 있단다 
네가 함께 웃을 친구를 아직 갖지 않았다면 
누군가는 지금 울고 있는 거란다 
이 밥그릇 속에 이 밥 한 그릇 속에 
이 세상 모든 슬픔의 비밀이 들어 있단다 
우리가 밥상 앞에 겸손히 고개 숙이는 것은 
배부름보다 먼저 이 세상 절반의 
밥그릇이 비어 있기 때문이란다 
하늘은 어디서나 푸르구나 그러나 
밥은 모든 밥상에 놓인 게 아니란다 
네 웃음소리를 스스로 낯추련? 


 
-고정희 유고시집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

 (창비,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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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2014/02/14 13:51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02/14 14:18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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