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는 블로그를 했을까?" Le monde

"캐묻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

- 플라톤의 소크라테스의 변명 중에서...

구술문화적 전통 속에서 살아간 소크라테스는 대화 및 토론을 통한 지식의 표현,분석을 통해서만 진리에 도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말을 통해서는 가능하지만, 글을 통해서는 불가능한 것으로 보았다. 소크라테스가 글을 불신한 것은 이 때문이다. 

플라톤의 파이드로스에 따르면, 소크라테스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문자를 비판했다고 한다.

1. 불변성 Inflexibility - 소크라테스는 지식을 표현하고 그리고 그 지식에 대해 실제로 질문을 던지기(분석)을 통해서만 진리에 이르는 것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에 따르면, 문자는 너무 정적이고, 너무 불변적이다. 

반면, 구술된 언어는 즉석으로 교환되는 것이 가능하다. 우리 정신은 말의 논리의 본질을 기억하고, 계속 그것을 되새김한다. 이렇게, 말이 수정이 가능한 점토판 이라면, 글은 수정이 불가능한 석판이다. 

2. 기억력 상실- 만약 우리가 우리의 생각과 이해를 기억하지 않게 된다면, 우리는 게으르게 된다. 일단 말이 글이 되면, 소크라테스에 따르면, 말을 기억하는 것은 정신이 아니라 종이의 페이지가 된다. 우리는 그것을 읽고나서 바로 그것을 잊는다.  소크라테스에게, 외부에 기록된 글의 영구성은 정신의 비영구성을 초래할 뿐이다.

3. 맥락의 상실- 지식이 그 맥락을 잃게 된다. 문자에서는 사상과 지식을 소비할 동안에 충분한 상호작용이 보장되지 않는다. 지식의 맥락이란 대화를 통해서 드러날 수 있지만, 문자화된 텍스트에서는 그 맥락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또한 소크라테스는  읽기가 지식에 대한 피상적인 이해만을 부추길수 있다고 우려했다.   

구술문화의 논쟁적 속성을 간직했던 소크라테스는 구술되는 말은 스스로를 변호할 수 있지만, 쓰여진 말은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쓰기의 약점으로 간주했다. 즉 실제의 말과 사고는 본질적으로 언제나 실제 인간이 주고 받는 맥락안에 존재하는데, 쓰기는 이같은 맥락에서 벗어나 비현실적이고 비자연적인 세계 속에서 수동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4. 쓰여진 텍스트는 아무것도 대답하지 않는다. a written text is basically unresponsive.

<파이드로스>에서 소크라테스는 다음을 주장했다 : "글이 지성을 가진 것처럼 말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글이 하는 말을 이해하려고 질문을 던지면 늘 같은 대답만이 돌아온다네, 그리고 일단 글로 적히면 그 글을 이해하는 사람이든, 아무 관심이 없는 사람이든 모든 사람의 입에서 똑같이 오르내리지. 게다가 글은 오해받거나 부당하게 비난받으면 항상 도와줄 아버지가 필요하지. 스스로 방어하거나 주장할 능력이 없으니까."

만약 누군가가 당신에게 당신이 말한 바를 설명해달라고 하면, 그 부탁에 따라 당신은 설명하게 된다. 하지만, 쓰여진 텍스트에 아무리 그런 부탁을 해도, 당신은 같은 대답만을 듣게될 뿐이고, 때로 바보같은 답만을 듣게된다. 

이상을 통해볼때, 소크라테스는 말보다는 글에 의존하는 것이 캐묻지 않는 삶으로 귀결된다고 주장했다. 배우기 위해서는 우리는 우리의 생각을 끊임없이 표현하고, 타인의 분석에 노출시키야 하고, 이를 통한 종합에 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말과 변증술 dialectic 에 대한 소크라테스의 믿음이었던 것이다. 결국 소크라테스가 글을 불신했던 것은 글이 분석과 표현을 분리시키고, 독자를 저자와 분리시키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웹2.0과 하이퍼텍스트라는 온라인 텍스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블로그 글은 텍스트적이기 보다는 구술적이고, 따라서 소크라테스적이다. 웹2.0 기술이 인테넷을 매개로 한 새로운 변증술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우선 블로그 글은 불변적이지 않다. "글 올리기" 단추를 누르는 순간 블로그 글은 덧글,핑백,트랙백 등을 통해 독자의 분석 대상이 되고, 다시 답글이 달리면서 글이 가변적이게 된다. 블로그 글은 텍스트임에도 불구하고, 구술적인 성격이 있고, 거의 실시간 의견교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때 블로그 글은 구술화된 글이다. 글이기는 하지만 말에 가까운 새로운 형식의 소크라테스적인 글이라는 것이다. 

둘째, 기억과 관련해서, 블로그 글은 기억을 쇠퇴시키기도 하지만 기억을 돕기도 한다. 블로그 글을 통해서 표현된 지식을 더이상 정신속에서 기억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기억이 쇠퇴될 가능성이 존재함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인터넷이 연결된 컴퓨터 장치만 있다면 이 기억을 즉시 소환하는 것이 가능하고, 이 온라인에 저장된 기억에는 나의 생각 뿐만 아니라, 이에 대한 타인의 생각까지도 저장되어 있기 때문에, 더욱 가치가 있다. 이렇게 모든 것을 기억해야 한다는 제약에서 해방된 자유로운 정신은 보다 창의적인 지적 교류 활동에 매진할 수 있게 된다.

셋째, 과거의 텍스트에서는 사라진 맥락의 부활이 가능하다. 블로그 글에서는 대화를 통한 상호작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넷째, 블로그 글은 대답할 준비가 되어있다. 어떻게 보면, 블로그 글은 독자의 질문,문제제기,의문을 접하기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같은 독자의 분석이 원래 글의 내용에 반영될 수도 있고, 이를 통해 글의 수정, 새로운 글이 탄생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저자와 독자의 구분은 사라지게 된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블로그 글은 미완성 상태이다. 진중권에 따르면, 전자매체 글쓰기의 특성을 '반제품'으로 규정한다. 즉 활자매체의 글쓰기가 독자들에게 완제품으로 제공되어 일방적으로 수용되는 반면, 전자매체의 글쓰기는 언제라도 복제, 인용, 편집, 가공이 가능한 반제품의 상태로 제시된다는 것이다.

이상을 보면, 소크라테스가 비판한 전통적인 텍스트와는 달리, 블로그 글은 항상 살아있다. 토론에 개방되어 있고, 수정할 준비가 되어있다.

가령,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외국어를 오역했을때, 몇몇 고수들의 도움으로 번역을 수정한 바가 수차례 있다.이렇게 글이, 독자들의 지적에 대해 실시간으로 반응하여 수정이 가능함으로, 열려있다는 것이 블로그 글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아니,  굳이 "저자의 죽음"이라는 거창한 용어를 사용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블로그 글의 작성과정에서 저자가 글 올리기 단추를 누르는 순간, 글은 독자의 참여 대상이 되고, 많은 독자들의 참여로 글이 수정을 거급하면서 진화를 거듭한다는 것은, 전통적인 저자와 독자간의 경계가 사라진 일종의 집단적 글쓰기라고 할수 있다. 

아무튼, 제1저자는 1차포스팅에서 가상 독자들에게 자기가 모르는 부분을 질문을 던질 수도 있고,이 부분에 대해, 제1저자보다 고수가 조언을 덧글로 달고, 제1저자가 이 덧글 내용을 감안해 글을 수정하는 과정,바로 이러한 것이 , 이른바 집단 지성이 아닐까?

이렇게, 하나의 글이 어떤 집단적인 노력으로 다듬어지는 과정이야 말로, 전통적인 글에는 없는 블로그 글쓰기만의 장점이다. 

이상과 같이, 블로그 글이 전통적인 글의 텍스트성과는 다른, 일종의 구술적인 성격이 있고, 실시간 대화를 통한 수정,종합이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블로그 글은 전통적인 글과는 달리 글보다는 말과 가깝고, 따라서 배우기 위해서 끊임없는 질문하는 삶을 이끌수 있는 수단이 될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블로그 글은 소크라테스적이다.

만약 21세기에 소크라테스가 살았다면, 아고라를 주유하면서 젋은이들에게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는 대신에, 인터넷 이라는 가상의 아고라에서 끊임없는 대화 및 소통을 나누었을 것이라 추정 가능하다.

어떻게 보면, 소크라테스가 기원전 5세기 그리스 아테네 아고라에서 일종의 블로그 활동을 했다고 할 수 있다면, 오늘날의 블로거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가상의 아고라에서 웹 기술을 매개로 소크라테스적 변증술을 실천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다. 

웹2.0 기술 덕분에 구술적 소통이 가능하게 된 블로그 글은 아고라에서의 소크라테스의 변증술을 웹상에서 가능하게 하는 것이 아닐까?

오늘날, 블로그를 통해 캐묻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는 것이 아닐까?

참고- Leonard Kish, Socrates, social media and the new dialectic, 2011 



덧글

  • 초록불 2013/08/07 16:23 # 답글

    소크라테스는 블로그는 하지 않고 트위터는 했을지도 모르겠네요. 블로그는 플라톤이 하면서 오늘은 스승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라고 썼겠지요.
  • 파리13구 2013/08/07 16:28 #

    네, 그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 잠본이 2013/08/07 22:22 # 답글

    왠지 그양반이라면 아고라에서 키배뜨다가 크산티페한테 물벼락 맞았을 것 같습니다(...)
  • 파리13구 2013/08/08 03:3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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