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선투표제 논란에 대해서...
[결선투표제]
보도에 따르면, 안철수 진영의 정치적 두뇌라 할 수 있는 최장집이 지난 25일의 한 강연에서 결선투표제를 주장했다고 한다.
최장집은 다음과 같이 강연했다고 한다.
"양당제는 시민들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할 수 없는 부정적인 정당체제, 담합구조로 발전할 가능성이 많다"며 "이상적인 건 정당이 4~5개가 돼서 경쟁적 체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제 하에서 다당제가 유지되려면 결선투표제가 필요하다"면서 "첫번째 투표에서는 마음대로 투표하고 두번째 투표에서는 전략적으로 투표하면 되니 작은 정당이 없어지지 않아도 된다"
이 발언 내용을 보자면, 프랑스 정치 상황과는 모순되는 점이 있어서 흥미롭다.
최소한 프랑스 정치에서는 결선투표제는 양당제의 제도적 기반이 되고 있고, 극우 혹은 극좌의 대권도전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제도이다. 특히 마린 르펜 같은 극우파에게 쥐약인 제도가 바로 결선투표제이다.
프랑스 대선의 결선투표제의 진수를 보여준 것은 바로 2002년 대선이었다. 1차투표에서 좌파인 사회당의 조스팽이 탈락하고, 극우파의 장-마리 르펜과 우파의 자크 시라크가 결선투표에 진출했던 것이다. 1차투표에서 시라크는 단지 20%의 지지만을 얻었다.
하지만 결선투표에서, 극우파 르펜에 반대하는 거국적 공화주의 연대가 결성되었고, 르펜에 반대하기 위해서 시라크를 지지하기로 결의했다. 결국 시라크는 82%의 지지로 재선에 성공했다.
2002년 대선 사례를 보면, 프랑스에서 결선투표란 20%의 지지율을 가진 후보가 결선투표에서 82%의 지지를 받는, 국민의 대통령으로 만드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특히 극우파에게는 재앙이다.
이런 맥락에서 최소한 프랑스에서 결선투표제란 양당정치를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양당정치의 안정에 도움이 되는 제도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안철수 진영은 다당제를 주장한다. 즉 정당이 4-5개가 되어 경쟁하는 체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프랑스적인 정치 맥락에서 보면, 결선투표제는 다당제가 아니라 양당제를 강화시키는 선거제도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다당제를 위해서 결선투표제가 도입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모순에 다름아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같은 주장을 정치인이 했다면, 그냥 눈감아 줄수 있지만, 한국 정치학을 대표한다는 최장집이 이런 주장을 했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특히, 최장집의 "첫번째 투표에서는 마음대로 투표하고 두번째 투표에서는 전략적으로 투표하면 되니 작은 정당이 없어지지 않아도 된다" 같은 주장이 이상하다.
프랑스에서는 결선투표에서의 전략적 투표 때문에, 극우,극좌 같은 정당의 당선을 어렵게 만들고 있고, 이는 다당제에 도움이 되기 보다는 사회당과 대중운동연합 같은 중도 좌파, 중도 우파의 양당제에 유리한 것이 바로 결선투표제라는 것을 다시금 강조하고 싶다.
덧글
하지만 아무튼 프랑스 같은 경우는 결선투표에 앞서 딜이 이루어 지는 경우가 드물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다수파의 입장에서 보면, 딜이 무산되어도 너희들이 찍을 것은 우리 밖에 없다는 식으로 배짱으로 나오면 답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같은 연정의 한계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알기에는 공산당과의 연정은 오래가지 못했고,
사회당과의 연정을 통해서, 공산당이 수권정당으로 성숙한 모습을 가지게 된 것이라 보기도 어렵습니다.
프랑스 공산당의 최근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면,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진보정치가 결선투표제를 수용해야 하는가의 문제는 생각보다 복잡미묘한 성격을 가진 문제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프랑스의 양당이란 르펜의 극우정당과 우파의 시라크 정당이란 말인가요?
좌파와 우파를 대표하는 두 당, 즉 사회당과 대중운동연합이 양당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결선투표제가 이들 양당제의 안정적 재생산에 도움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결선투표에서 극우정당 혹은 극좌정당의 집권가능성이 있는가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 투표제도가 이같은 가능성을 거의 봉쇄한다는 점에서
양당제 정착에 유리한 제도라 해석할 수 있습니다.
가령, 현 한국제도의 경우에, 2002년 프랑스 대선에서 장 마리 르펜의 당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할 수 있지만.
현 프랑스 결선투표제 하에서는 극우파의 대통령 집권은 제도적으로 불가능하게 되어 있습니다.
뿐만아니라, 극우파 국민전선은 하원 총선에서도 결선투표제 때문에,
지지율만큼의 의석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불평이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저는 결선투표가 다당제가 아니라 양당제를 위한 투표 제도가 생각합니다.
만일 르펜이 아닌 3당의 후보가 올라왔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제3당의 후보가 결선에 올라왔는데 졌다는 것은 그가 대중의 민의를 획득하는데 실패했다는 단순한 사실을 증명하는 게 아닐까요?
저의 주장이 정리가 덜된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좀더 고민해보고 제 생각을 다시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무튼, 저는 다당제를 위해 결선투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최장집의 주장이 어딘가 모르게 모순된다는 생각에는 변화가 없습니다.
프랑스 정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저의 상식에 반하는 주장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것을 전달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나중에 기회가 있다면, 더 정리해서 의견을 개진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런 저런 측면을 종합하여 고민하시는 것이 어떨까 싶네요.
결선투표제는 결국 힘을 모아 집권당을 끌어내리려는 고육책입니다. 어째튼 지지율차이를 넘을수없는 것을 서로 딜을 해가며 모여서 선두를 끌어내리기 유리한 빙법이죠.
우리나라 정당은 당대당, 조직 대 조직, 연합 대 연합에서 얻어지는게 없습니다. 왜냐하면 서로 가치관이 다르거든요.
일테면 비슷한 당이 여러개일때는 결선때 연합해도 되죠.
하지만 민주당과 만노당이 합쳐봐야 혼란뿐인거죠.
우리나라의 경우 결국 인물난에서 오는 정치혼란입니다.
3김체제가 끝난후 양당체제로 내몰린 야당이 죽쓰는 이유입니다.
안철수현상은 어느날 갑자기 메가톤급으로 예상되는(?) 인물이 나타나 다당제를 지탱할 수 있게 될 원동력이 생긴것이지 결선투표가 안되서는 아닐겁니다.
안철수본인도 자신의 인기를 알기애 결선투표제 발언을 막아선 것이구요.
정치란 한나라의 모든것이 농축되서 정착한 문화같은거라서, 외국에서 잘된것 같은 결선투표제가 정착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현실에 안 맞는 옷인거죠.
- 대통령제 하에서 어떤 선거제도가 중도에서 거리가 더 먼 정당이 대권에 도전하고 차지할 수 있는 기회를 더욱 보장할 수 있을까요.
- 현행 한국의 대선제도에서 김대중-김영삼-노태우의 경우와 박근혜-문재인-안철수의 경우 결선투표제가 있었다면 제 3자의 지분이 명쾌하게 드러나면서 세개의 정당이 존재할 수 있는 여지를 줄 수 있지 않았을까요? 대선에 있어서 결선투표는 제 3,4당에게 대권을 준다기보다 최악을 막고 제 3,4당이 가진 지분을 확인시켜준다는 점에서 다당제에 기여하지 않을까요.
- 프랑스의 결선투표제가 지역구차원에서도 결선투표를 하고 있는지, 이것이 독일의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에 비해서 다당제에 어떤 식으로 악영향을 주고 있는지, 현재 대선에만 언급되고 있는 최장집의 결선투표제가 지역구차원까지도 검토되고 있는건지 아시는바가 있으시면 언급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