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베르토 에코,"유럽을 유럽으로 만드는 것은 문화 뿐!" Le monde



[유럽]


움베르토 에코 : "문화는 우리의 유일한 정체성"


프랑스 파리 - <유로파> 보도 - <유로파>는 영국의 가디언, 프랑스의 르몽드, 독일의 쥐트도이체 차이퉁, 이탈리아의 라스탐파, 스페인의 엘파이스, 폴란드의 가제타 비보르차가 함께 만든 신문 특별판이다.

2012년 1월 25일


다음의 대담은 이탈리아의 라스탐파가 가졌던 움베르토 에코와의 대담을 소개한 것이다.


"우리는 오랫동안의 동족상잔의 전쟁들을 경험한 이후, 문화적으로 유럽인이 되었다."


"유럽 재정위기에 대해서, 내가 경제 문외한으로서 감히 말하자면, 전쟁을 넘어선, 문화만이 우리 유럽의 정체성을 구성한다는 것을 반드시 명심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지난 수세기동안, 프랑스인,이탈리아인,독일인,스페인인,영국인은 죽도록 싸웠다. 하지만 우리는 최소한 지난 70년동안 평화를 유지해왔고, 누구도 이같은 평화가 걸작이라는 점을 주목하고 있지 못하다 [역자주 : 양차대전을 경험한 20세기 유럽에 비해 19세기의 유럽이 상대적으로 평화로운 시대였다고 한다면, 2차세계대전 종전 이후의 유럽은 19세기를 능가하는 평화체제를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 현재의 우리가 스페인과 프랑스 혹은 이탈리아와 독일간의 전쟁을 상상이나 할 수 있는가? 이것이 웃음거리로 전락한지 오래다. 미국이 실제로 통일되기 위해서는 남북전쟁이라는 내전이 필요했다. 나는 우리 유럽에게는 문화와 시장만으로 충분하기를 바란다."


전직 독일 외무장관, 요시카 피셔도 지난 2000년, 베를린의 훔볼트 대학에서의 강연에서 에코와 비슷한 지적을 한 바 있다. "유로는 정치적 기획이다" 다시 말하자면, 유럽의 통합이 없다면, 공동화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움베르토 에코는 말한다. "2012년, 유럽 정체성이 확산되어 있지만, 얄팍하다. 우리는 위기가 유럽을 완전히 파괴하기 전에 정체성이 뿌리내리게 노력해야만 한다.  경제신문은 에라스무스,유럽 국제학생 교류계획에 대해 거의 보도하지 않지만, 에라스무스가 최초의 유럽 청년 세대를 만들어 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나에게, 이것은 성적 혁명이다 : 에라스무스 덕분에, 한 카탈루냐 청년이 플랑드르의 처녀를 만나, 이들이 사랑에 빠지고, 결혼해서, 그들의 자녀들이 그런 것처럼 유럽인이 되는 것이다. 이 계획이 의무가 되어야 하며, 대학생 뿐만아니라 택시기사,소방관,노동자들에게도 적용되어야 한다. 그들은 유럽연합의 한 국가에서 얼마간의 시간을 보내야만 하고, 이는 통합을 위해서다."


최근 핀란드, 헝가리,이탈리아, 프랑스 등에서 유럽 혹은 유럽의 다른 국가에 대한 혐오감이 유럽에 대한 자긍심을 대체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에 대해서 에코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내가 유럽의 정체성이 얄팍하다고 지적한 것은 바로 그 때문이었다. 유럽연합의 아버지들, 즉  독일의 콘라트 아데나워, 이탈리아의 알치데 데 가스페리 [역자주 - Alcide De Gasperi. 이탈리아의 정치가. 기독교민주당 창당에 참여했으며, 1945년부터 1953년까지 8년간 총리로 재직하며 이탈리아 발전의 기틀을 닦았다.그는 프랑스의 로베르 슈망과 독일의 콘라트 아데나워와 함께, 유럽 연합의 아버지들 중 한명으로 평가받는다] 그리고 프랑스의 장 모네는 거의 여행을 하지 못했고, 특히 가스페리가 독일어를 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티롤에서 태어난 덕분이었고, 그들은 인터넷이 없어서 외국 신문을 읽을 수도 없었다. 그들이 건설한 유럽은 전쟁에 대한 반작용이었고, 그들은 평화를 건설하기 위한 자원을 공유했다. 오늘날 우리는 심오한 유럽 정체성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해야만 한다."


움베르토 에코는 영국 역사가 제프리 배러클러프 Geoffrey Barraclough 가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의 발발부터 1989년 베를린 장벽의 붕괴까지의 역사를 "유럽의 장기간의 내전"으로 규정한 적이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고, 이같은 심각한 유럽의 분열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 바로 유럽연합과 유로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유럽의 장기간의 내전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에코에 따르면, 유럽정체성의 취약성은 이미 이번의 채무 위기 이전에 확인 되었다고 한다. 즉 유럽 헌법 계획이 프랑스 등에서 국민투표를 통해 무산되었을 때 그랬다는 것이다. 통과가 무산된 유럽헌법은 정치인들만이 작성에 참여했고, 어떤 문화 지식인도 작성에 참여하지 못한 추상적 헌법이었고, 시민들과의 공감대도 형성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뿐만아니라 유로 화폐에도 위대한 남성 혹은 여성의 초상을 인쇄하는 대신, 파노라마적 이미지가 있어서, 어떠한 유럽적인 감정도 유발하지 않는다고 에코가 유감을 표했다.


그렇다면, 유럽 정체성에서 신은 어떤 위치를 점해야만 한다고 에코는 생각할까?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살아있을때, 유럽헌법에 유럽 대륙의 뿌리가 기독교에 있음을 명시하자는 논의가 있었다. 교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국 세속 정교분리 원칙이 승리했고, 헌법에 이것이 명시되지 않았다. 하지만, 더 어렵기는 하지만 제3의 길도 있다 : 유럽 헌법에 그리스-로마,유대교,기독교 같은 우리의 모든 뿌리들을 명시하자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의 수난상, 성경이 있지만, 비너스와 북유럽의 신화도 있다. 유럽은 다양한 정체성들의 도가니가 되는 법을 알았던 대륙이고, 유럽은 정체성들을 무리하게 단일화시키면서 탄생하지 않았다. 바로 이같은 유럽의 특수성 속에, 유럽의 독창성이 있고, 바로 여기에 우리의 미래가 있다. 종교에 대해서 주의할 것이 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교회에 나가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미신에 빠져있다. [역자주- 이와 유사한 맥락에서 움베르코 에코는 다음과 같은 격언을 좋아한다고 한다.  “논리적이고 이치에 닿는 어리석음(logical and coherent absurdity)은 놔두고 비논리적이고 이치에도 맞지 않는 어리석음을 받아들이는 것은 어떤 자유인가?”- 제임스 조이스, “인간이 신을 안 믿게 되면 모든 걸 믿게 된다”- G K 체스터턴]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들이여 비관주의자가 되지 말자.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세계화된 시장은 전쟁을 더욱 불가능하게 만들었고, 미국과 중국간의 전쟁도 비현설적인 것으로 만들었다. 미국식 모델에 따른, 유럽의 미국화는 없을 것이다. 즉 유럽이 하나의 언어를 가진 한개의 나라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너무도 많은 언어와 문화들을 가지고 있다. 오늘날 인터넷 덕분에 우리는 타인의 존재와 직면할 수 있고, 우리가 러시아어를 모른다고 해도, 우리는 러시아 사이트들을 통해, 타인의 존재를 자각할 수 있다. 오늘날 미국의 샌 프란시스코와 뉴욕간의 거리가 의미가 없듯이, 리스본과 바르샤바도 그렇게 될 것이라 본다. 우리는 연방으로 남을 것이고, 해체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하면 유럽이 심오한 유럽정체성을 가지게 될 것인가에 대한 에코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정치가들이 우리를 분열시킨다면, 단테,세익스피어,발자크,로셀리니 같은 문화인들은 우리를 단결시킨다. 이런 맥락에서 프랑스의 피에르 바야르 Pierre Bayard 가 옳았다. [역자주 -피에르 바야르는 파리8대학의 문학교수이고,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의 저자이다] 우리는 우리가 읽지 않은 책이라 하더라도 모든 책들에 대해 알고 있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문화들에 대해서도 생각을 가지게 될 것이다. 바로 이렇게 유럽정체성이 점정 더 심오하게 발전할 것이다." 




덧글

  • 死海文書 2012/01/26 14:29 # 답글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유럽만이 해낼 수 있었던 유래없는 사회적 실험에 대해 핵심을 찌른 것 같습니다.
  • 파리13구 2012/01/26 14:45 #

    정말 우리 에코 슨상님의 생각은... ^^
  • 死海文書 2012/01/26 15:20 #

    어떻게 보면 로마제국부터 신성로마제국까지 유럽에 드리워졌던 '세계국가'의 개선책으로도 보이네요.
  • 파리13구 2012/01/26 15:23 #

    네, 유럽연합이 새로운 제국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고 봅니다.
  • 쿠쿠 2012/01/26 15:06 # 답글

    진시황이 강제했듯이 언어와 법률과 학문을 통일한다면 문화적 통합이 한층 빨라질텐데 말이죠.
  • 파리13구 2012/01/26 15:16 #

    여러가지 여건상, 유럽이 중국식으로 통일되기는 어려울 것이라 봅니다.
  • 쿠쿠 2012/01/26 15:27 #

    어렵겠죠. 에코 선생의 의견은 진짜 통일이 어렵기 때문에 듣기 좋은 궁여지책으로 이야기하는 것일 뿐이라는 생각으로 단 답글입니다.
  • 파리13구 2012/01/26 15:28 #

    알겠습니다...
  • shaind 2012/01/26 19:44 # 답글

    "제프리 배러클러프 Geoffrey Barraclough 가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의 발발부터 1989년 베를린 장벽의 붕괴까지의 역사를 "유럽의 장기간의 내전"으로 규정한 적이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고" 는 지나치게 유럽중심적인 역사관이네요. 1차대전은 유럽 내전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2차대전은 좀 아니죠.
  • 파리13구 2012/01/26 19:51 #

    글쎄요, 저는 생각이 좀 다릅니다.

    유럽현대사를 유럽통합을 위한 과정이라 본다면,

    유럽에서의 패권을 위한 전쟁들을 "내전"이라 규정할 수 있고,

    양차대전을 모두 내전이라 볼 수 있다고 봅니다.

    결국, 전쟁을 통해서 한 국가가 패권을 장악할수 없다는 공감대가 평화적인 유럽연합의 건설의 기초가 되었다고 해석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 shaind 2012/01/26 19:53 #

    양차대전이 유럽통합을 낳은 건 사실이지만 그게 양차대전이 유럽내전이라는 의미는 아니죠. 오히려 양차대전 안에 유럽내전이 포함되어 있는 거라고 보는게 맞습니다.

    특히 2차대전의 인도양/태평양 전선을 유럽내전이라고 볼 수는 도저히 없죠.
  • 파리13구 2012/01/26 19:56 #

    네, 그런 점에서는 유럽중심주의가 맞습니다...
  • shaind 2012/01/26 19:48 # 답글

    문화적인 측면에서는 유럽인으로서의 정체성이 필요하겠지만, 정치경제적으로 지금 당장 유럽에 필요한 건 쓴 약을 먹일 만한 권력을 가진 중앙정부 역할을 할 나라죠.
  • 파리13구 2012/01/26 19:52 #

    네, 장기적으로 그렇다는 것입니다.
  • 역사관심 2012/01/27 12:32 # 답글

    장문석씨의 민족주의에 보면 유럽연합의 가장 큰 약점중 하나가 바로 문화정체성이라고 했지요 (종교포함). 에코씨말대로 이것은 가장 큰 일이며 과연 유럽정체성이라는 것이 공통적으로 가능할까..의문이 가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마치 동아시아 3국을 묶어서 동아시아 문화 정체성을 구현해서 정치체에 집어넣는 실험인데...글쎄요). 유럽은 더 복잡한데...
  • 파리13구 2012/01/27 12:42 #

    그것이 불가능한 과제라는 점을 인정합니다. 다만, 만약 유럽이 이 불가능한 것에 도전하지 않는다면, 유럽 대륙의 미래는 없다는 것이 또한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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