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 유럽,"파시즘을 내던지고,망각속에 묻어버리다!" 유럽외교사

한나 아렌트는 다음과 같이 지적한 바 있다 : "나쁜 과거를 내던지고, 시간의 망각 속에 묻어 버리면서, 과거에 좋았던 것만을 우리의 유산이라 부를 수는 없다."

전후 유럽에서, 나쁜 과거란 바로 파시즘이었다. 유럽 사회는 파시즘에 대해 진지하게 반성하기 보다는, 차라리 그 우울하고 부끄러운 기억을 망각의 쓰레기통에 내던지는데 몰두했던 것이다.

가령, 볼로냐 시의회는 말을 탄 무솔리니 흉상을 녹여, 두 명의 빨치산 동상으로 바꾸었고,

프랑스는 드골 장군을 중심으로, 공산당이 합심, 비시 정권에 일치단결해서 저항했던 기억을 칭송했으며,

특히 오스트리아는 뻔뻔스럽게도, 자신이 히틀러의 첫번째 희생자였다는 점을 부각시켰고,

더 나아가, <오스트리아의 자유를 위한 반나치 투쟁>을 기리는 기념관을 건립하기도 했다.


이상의 각국의 전후 노력들은 유럽을 실제 역사로부터 분리시키고, 그 대신 이를 <신화>로 대체시켰다. 즉 그들은 불편한 기억들을 삭제시키고, 자유가 필연적으로 승리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파시즘이 몰락 하기 이전, 전간기 유럽과 전쟁 중인 유럽에서,
파시즘을 인류사회의 하나의 진지한 대안으로 고민한 사람이 많았고,
결국, 자유민주주의는 파시즘을 이데올로기적 논쟁을 통해 극복했다기 보다는
전쟁을 통해, 무력으로 굴복시켰다는 점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파시즘의 이념적 극복은 이미 달성된 역사적 과제라기 보다는,
인류가 앞으로도 도달해야할 , 현재진행형의 과제라고 생각된다.

만약 인류가 이러한 노력을 게을리 한다면, 새로운 이론의 탈을 쓴 파시즘이 주기적으로 출현해서,
자유민주주의 사회를 지속적으로 위협할 것이 분명하다고 본다.

자유민주주의가 1945년에 파시즘에 승리한 것은 맞지만, 
그 승리가 결정적이고, 영속적인 것이라 보기에, 오늘날 민주주의는 아직도 여러가지 한계에 직면해 있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덧글

  • 콜트레인 2011/03/21 15:03 # 답글

    의미심장한 글이네요.

    한국도 어쩌면 경제위기+특정인종협오문화(또는 특정지역차별문화)+박정희찬양론등이 결합하면 또다시 파시즘이 등장할 개연성이 아에 없는 건 아닙니다.

    근데 이것은 파시즘이 이론적 이성적으로 우월하다기 보다는 선동정치에 취약한 대중민주주의의 약점을 특정 개인이 잘 파고들때 나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영웅주의에의 도취도 그렇구요. 나아가 당시 서구지성에 팽배했던 니체-하이데거류의 사상도 영향을 미쳤다고 보입니다.
  • 파리13구 2011/03/21 15:09 #

    네, 민주주의가 자신의 역사적 승리를 선언하기에는 아직도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힘들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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