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近代 는 modern 과 같지 않다 ?" Le monde



야나부 아키라 의 <번역어 성립 과정>에는

1942년의 한 토론회에서의 <근대> 의 용례를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태평양전쟁이 한창 중인 1942년, 당시 <문학계> 9-10월호 좌담회 지상중계가 <근대의 초극>이라는 제목으로 실렸다.

이 좌담회에서, 근대에 대한 여러 의견들이 개진되었다고 한다.


가령, 카메이 카츠이치로 (평론가)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내가 느끼는 근대란 요컨대 내가 근래 수십 년 동안 경험한 혼란 그 자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메이지 이래 우리가 실감한 우리의 근대라고 하면, 한마디로 지옥이라고 말해도 좋지 않을까?"

반면, 나카무라 미츠오 (평론가)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나 같은 비전문가의 경우 근대 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서양의 근대란 것은 어쨋든 일본인의 눈에는 뭔가 위대한 듯한 것으로 비춘 것이 사실이고,.... 근대라는 것은 끊임없이 뭔가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자 하는 일종의 정신상태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현대 일본에 처음으로 진정한 근대가 도래한 것이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근대>란 혼란 그 자체이며, 지옥이라 말해도 좋다는 의견도 있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뭔가 매우 위대한 것 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결국, 하나의 말에, 좋다 혹은 나쁘다 식의 색깔이나 가치가 부여되는 것은 일본에서의 번역어의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였다. 그리고 이런 방식으로, 색깔이나 가치가 부여된 <근대>같은 단어가 미움을 받거나, 동경의 대상이 되는 것은 단어가 가진 사전적 의미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 가령, <근대>는 불어로 moderne (모데른)이다.

불어 사전은 "모데른"을 다음과 같이 간단히 정의한다.

moderne, adjectif
 
Sens 1 Actuel, contemporain.  Anglais modern 
 
moderne, nom masculin
 
Sens 1 Qui est contemporain. 

모데른, 형용사

1. 현실의, 현재의,현대의 /영어 modern

모데른, 남성 명사

1. 현대적인 것


이렇게 보면, 사전적인 의미에서 모던 modern 은 우리가 지금 살고있는 현재와 가까운 어떤 것을 의미할 뿐이지,

이 단어 자체에, <근대의 초극> 좌담회에 있었던 것같은, 근대가 지옥 혹은 근대가 희망 이라는 가치가 부여된 말이 아닌,

가치 중립적인 단어라 할 수 있다. 


이같은 사전적 정의는 한국어사전에서도 확인된다.

1. 지나간 지 얼마 안되는 가까운 시대

2. 역사 시대 구분의 한 가지. 중세와 현대의 중간 시대.

국어사전의 근대 정의도 가치중립적이다.


문제는 가치중립적인 <근대>가 <근대적>으로 변신하면서,

-근대의 특징이 될 만한 성질이나 경향을 띄는 것, 이라는 의미를 가지게 되고,

이것이 <근대화>라는 개념을 파생시키면서,

-전근대적인 상태에서 근대적인 상태로, 또는 후진적인 상태에서 선진적인 상태로 되거나 되게 함, 이라는 의미가 되면서,

가치중립적인 근대가, 가치투여적인 <근대화>가 된다는 점이다.


이렇게, 근대,근대적,근대화 로 의미가 파생되면서 혼란이 발생하는데,

그것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근대의 초극> 토론이었다고 본다.

즉, 카츠이치로 와 미츠오는 실제로는 <근대화>에 대한 해석 차이를 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근대>에 대해 토론하고 있는 듯한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근대>에서 파생된 <근대화>가 아니라 , <근대화>에서 파생된 <근대>를 논한다는 점에서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부연하자면, <근대>의 원래 의미 자체에는 없는 "선진적인 상태" "위대한 상태""새로운 상태" 혹은 반대로 "후진적인 상태""위험한 상태", "새롭지않은 상태"같은 가치를 부여하면서, <근대>라는 번역어의 의미 자체를 혼동 혹은 훼손하고 있고,


이러한 혼란 지금까지도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는 생각이다.

영어 "모던"을 좋은 것 혹은 나쁜 것, 선진적인 것 혹은 후진적인 것, 문명적인 것 혹은 야만적인 것 과 연결시키는,

번역어 <근대>는 오류이고,

따라서, "이런류의 번역어 <근대>는 modern 이 아니다" 라는 명제가 성립할 수 있다고 본다.

즉, 근대가 근대화를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근대화가 <근대>를 해석하고,규정짓는 것은 오류다고 본다.


덧글

  • 카린트세이 2010/09/27 21:36 # 답글

    저 근대의 초극 좌담회는 당시의 몇 몇 좌담회와 함께 태평양전쟁의 사상이란 제목으로 국내에 출판되었더군요....

    저로서는 박정희의 경제개발이 "조국근대화" 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지고, 그때를 시점으로 지금의 거의 모든 가치 판단이 이루어지는 모습은 저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이 이야기한 "근대(혹은 근대화)" 의 내용 대부분과 겹치지 않나 싶은 느낌입니다. 최근 식근론에 관한 부정적인 글들을 보니 우리 역시 근대화가 근대를 해석하는게 아닌가 싶은 느낌이기도 하더군요..
  • 파리13구 2010/09/28 08:46 #

    네, 그런 측면이 존재합니다.
  • 행인1 2010/09/27 22:28 # 답글

    '근대화'에 대한 의견은 저기서도 둘로 나뉘는군요.
  • 파리13구 2010/09/28 08:46 #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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