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더 비스킨드 라는 미국 사람이 쓴 <헐리우드 혁명>이란 책이 있다.
나는 이 책을 불어 번역으로 읽었고,
불어 제목 le nouvel hollywood
참 재미있게 읽은 책이고, 뉴아메리칸 시네마 운동에 속하는 거장들의
이야기, 그들의 영화가 만들어진 과정 등...
여러가지 사실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보니, 이 책이 이미 한국에
<헐리웃 문화혁명>이란 이름으로 번역으로 나와있었다.
이 책은 집의 책꽂이에 있는 책이고, 아주 고통스럽게 읽으려 노력하다
중도에 포기한 책이다.
전체 662 페이지, 두꺼운 책이다.
이런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영어 원본으로 된 책을, 나는 불어 번역으로는 다읽었고,
한국어 번역으로는 읽다가 포기했다.
내가 불어를 잘한다는 것을 주장하기 위한 것은 절대 아니다! ㅋㅋㅋ..
나는 왜 한국어 번역을 읽기를 포기했을까?
같은 책의 불어번역으로는 잘 읽었는데 말이다.
우선...
제목부터가 흥미를 끌지만 ,이 정도면 애교로 넘어갈 수 있다.
헐리웃...
헐리우드 를 의미한다는 것을 금새 알아차릴 수 있다.
책장을 넘겨 보았다.
몇페이지 넘겨보지 않아도, 눈에 걸리는 것들이 하나둘이 아니다.
다음은 단지 10분 동안 발견한 이상한 표현들의 목록이다.
앞은 책의 번역이고, 뒤는 공신력있는 씨네21의 번역제안 아니면 나의 판단이다.
마틴 스콜쎄지 -> 스콜세지
캐너비스 cannabis -> 대마초
쏘니 -> 소니
바니와 클라잇 -> 보니 와 클라이드
밋나잇 카우보이 ->미드나잇 카우보이
피터 복다노비치 -> 피터 보그다노비치
스탠리 쿠브릭 -> 스탠리 큐브릭
마익 니콜스 -> 마이크 니콜스
존 캐써베티스 -> 존 카사베츠 ( John Cassavetes )
워런 베이티 -> 워런 비티
게터웨이 -> 겟어웨이
압권은...
제3종의 근접조우 는 어떤 영화일까?
바로 스필버그의
미지와의 조우 Close Encounters of the Third Kind, 1977
였다!! ㅋㅋㅋ..
the third kind 를 제3종 으로 친절하게 번역하시는 그 감각이란...
거의 천부적이라 할 수 있다.
10분간 찾아낸 것이 이정도이니..
600여 페이지가 되는 전체분량에서 찾아낸다면,
아마 엄청난 것이 될 것 같다.
문제가 뭘까 생각해 봤다.
이 불어로 재미있는 책을, 한국어로는 엄청 난해한 책으로 만들어 버린..
이 지식에 대한 번역의 911테러의 실체는?
번역자의 프로필을 보았다.
미국에 이민간 사람이고, 미국에서 한국신문 기자를 한 사람이라 한다.
그리고..
번역자의 <옮긴이의 글>은 정말 안구에 습기가 차오르게 한다. ㅋㅋㅋ..
다음과 같은 글이 있었다.
"관행에서 벗어난다는 점에서 돌발적이라면 돌발적이라 할 수 있는
필자의 외래어 표기를 대부분 수용하여
이 부문에서 선도적인 책을 빚어주신 [시각과 언어]의 OOO 실장님을 만난 것은
역자에게는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든 인연의 행운이었다."
음... 정말 눈물이 앞을 가린다. ㅋㅋ..
책값은 2만 9천 5백원...
독자의 입장에서, 이런 선도적인 책을 만난 것은..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든 악연이다.
역자에게 능력이 있다면, 그것은 흥미있는 주제를 아주 지루하게 만드는 그의 번역이며,
그것은 지식에 대한 사실상 테러라 생각한다.
태그 : 번역
덧글
어떤 영화인지 아무리 검색해도, 이것이 스필버그 영화인지 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따라서 책에서 영화이야기를 하는데, 정작 어떤 영화를 이야기 하는지
독자는 알 수 없고, 번역자만 아는,
이런 구조하에서는, 책읽기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ㅋㅋㅋ..
불어를 사용하면 알지만, 일반 한국인이 캐너비스가 대마초인지 알 기는 매우
번거로운 것이 아닐런지요. ㅋㅋ..
뭔지 아시겠어요? 영화 제목이었답니다.
Incredible Hulk...
네, 그 분노하면 초록색 괴물이 되는 그 영화요...
믿을 수 없는 것은 폐선이 아니라, 그분의 번역!!! ^ ^
돈받고 팔리는 책에, 성의가 그리 없으니,
참으로 소비자를 우롱하는 처사가 아닐까 합니다.
과연 출판사에서는 '얼마를 줄테니 얼마만에 번역하라'라고 했을까
http://nestofpnix.egloos.com/2576503
.......어떠신가요(먼산)
같은 단어를 장마다 다르게 번역하는 감각이라니...
이런 책들은 리콜이 안될까요?
그리고 비단 이 책만 그러진 않을꺼에요. 그렇죠?
ㅋ
저는 모르는 영화지만 영화 아시는 분들은 얼마나 황당할까요 저거;
....그런데 영어들 번역된 거 보니 꼭
영어 처음 공부하는 사람이 철자 그대로 발음하는 걸 보는 것 같....
아니 그냥 제 느낌이 그렇다구요[....]
UFO학에 있어서 근접조우(Close Encounter)란 미확인 비행물체를 목격하는 사건을 말한다.
제1종 - 하나 이상의 미확인 비행물체를 목격하였을 때.
제2종 - UFO를 관측함과 더불어 이상한 물리적 현상을 체험한 경우
제3종 - UFO 목격과 관련하여, 하이넥이 지칭한 "살아있는 존재(animate beings)"의 관측을 말한다.
저는 이런 어휘가 있다는 것을 오늘 알았습니다. ^ ^
다만 저런 책에서 영화 제목을 정확하게 번역하는 건 큰 의미 없고 국내 개봉 제목을 택하는 게 관행이지요.
참고로 '미지와의 조우'는 일본 개봉 제목이고 국내 개봉 제목은 '크[클]로스 인카운터'입니다.
뭐.. 전부 제각각이군요.
문제는 영화 데이터베이스가 바보면은..
한국 개봉명을 확인하기가 곤란하다는 점입니다.
아무튼.. 번역 표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데요..
저는 씨네 21 DB에 있는 영화명 번역을 주로 이용하는 편입니다.
용어 통일은 인터넷 검색에서 중요한데요..
제3종 근접 조우란 번역은 정말 최악 중 최악입니다. ^ ^
90년대 해적판 만화들 과 21세기극초반까지 나온 일본만화번역서들은 저에게 우주를 느끼게 해주었지요.....;;;
'제3종 근접 조우'는 저도 본적이 있네요. 페러디로요 ^^;;
번역자가 미국에 언제 이민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의 일반인들에게 친숙한 표기가 무엇인지는 안중에 없이 자신이 영어를 잘 아니까 표기도 자신이 정하겠다고 한 건지도 모르죠.
참고로 '헐리웃', '헐리우드'가 아니라 '할리우드'가 표준 표기입니다.
항상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드네요...
한국에서 외래어가 어떤식으로 사용되고 있는지 익숙하지 않았음
갓 일본어 배우고 나서 저러식의 번역을 일본드라마, 만화를 자막작업할때 가끔 했었지요..
그 나라의 문화를 계속 접하지 않았기에 쉽게 발생하는 현상이 아닐까요.
ㅋㅋㅋ 농담이에요
'모국어'와 '외국어'를 모두 잘해야, 그리고 개인의 어휘력, 문장력이 뛰어나야 번역의 질이 높아지는 법인데.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 ^
<옮긴의 글>이란게 "테러"군요..ㅠㅠ
...표준을 초월하는게 아니라 초탈해버렸군요...
웃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