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문]신자유주의자들의 반성문 /제정임 Le monde

2일부터 시작되는 세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의장국인 영국은 신자유주의에 기반한 '영미(英美)식 금융자본주의'를 확산시킨 주역의 하나다. 이 나라의 고든 브라운 총리는 1997년부터 10여 년간 재무장관을 지내며 영국 금융 산업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그런데 그가 얼마 전 영국 신문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적나라한 반성문을 썼다. "10여 년 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우리 선진국들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었는데, 제대로 규제를 하지 않아 오늘날과 같은 세계적 위기를 맞았다."

브라운 총리는 이어 "워싱턴 컨센서스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적 신념은 종말을 맞았다"며 "이번 G20회의에서 무엇보다 강력한 금융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 컨센서스는 감세, 규제완화, 민영화, 무역자유화 등을 통해 공공부문을 줄이고 시장의 자유를 극대화하자는 주장인데, 불행히도 그 결과는 전 세계를 함께 위험에 빠뜨리는 '위기의 세계화'로 나타났음을 인정한 것이다.

오랜 신념을 180도 바꾼 브라운 총리지만, 그는 외롭지 않다. '워싱턴 컨센서스의 전위대'라고 비판받아 온 IMF도 이달 초 내놓은 보고서에서 같은 고백을 했기 때문이다. IMF는 "파생상품 등의 국제 거래에 대해 적절한 규제 시스템을 마련하지 못한 것, 신용평가기관 등의 활동에 대한 시장 규율을 세우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잘못이었다"고 반성했다.

18년 이상 '세계의 경제대통령' 소리를 들어왔던 앨런 그린스펀 전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도 지난 해 말 의회 청문회에서 "파생상품 규제에 반대한 것은 잘못이었다"고 인정했다. 그는 특히 최근에 "금융시스템을 지키기 위해 금융회사들을 일시적으로 국유화할 필요가 있다"고 까지 말해 금융자본주의 심장부인 월가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은행의 국유화라는 것은 신자유주의자들로서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독약과도 같은 처방이기 때문이다.

거물들의 '사상전향'은 계속 이어진다.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전설적 최고경영자(CEO)였던 잭 웰치는 최근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신봉하던 '주주가치 경영'에 대해 '세상에서 가장 바보 같은 생각'이라고 폭탄선언을 했다. 웰치 전 회장은 대량 해고를 불사하고라도 비용을 줄이고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 그래서 주주들에게 최대의 이익을 돌려주는 것이 기업의 목표임을 행동으로 보여주었던 사람이다. 자본의 탐욕을 합리화하고 노동의 희생은 불가피하다고 보는 것이 신자유주의의 교리 중 하나인데, 마치 목회자가 경전을 집어 던지듯 충격적인 발언을 한 셈이다.

신자유주의의 심장부에서 출력되고 있는 이런 '반성문' 들은 아직도 신자유주의의 교리를 '신성불가침'으로 생각하는 듯한 우리 정부와 여당에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우리가 틀렸다. 우리를 따라 오지 말라'는 것이다.

그런데 불행히도 우리 정부와 여당은 귀머거리 증세를 보인다. 선진국들이 '금융업종들 사이에도 다시 칸막이를 쳐야겠다'고 고심하는 와중에 우리 정부는 산업자본이 은행을 지배할 수 있게 길을 터주는 '금산분리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만일 우리나라 재벌들이 은행까지 갖게 되면 경제 위기 상황에서 산업의 부실이 금융으로, 금융의 부실이 산업으로 순식간에 확산되는 '초고속 도미노'가 일어날 것이다. 정부는 또 금융위기의 주범으로 찍혀 밀려나고 있는 서구의 투자은행 모델을 국내에 본격 도입하고, '마약과도 같은 위험성'이 부각된 파생상품들을 적극 허용하려고 한다. 실력에 비해 너무 개방되어 있고 외채도 지나치게 많아 세계에서 가장 취약한 시장의 하나로 꼽히는 우리 금융에 이런 추가적 조치들이 다 이뤄지면 어떻게 될까.

아주 초보적인 경제학 지식을 말할 때 미국인들은 흔히 '경제학 101'이라는 표현을 쓴다. 대학에서 가장 기본적인 경제학강의에 101이라는 교과번호를 주기 때문이다. 전 세계가 신자유주의에 사망선고를 내리고 있는 이 시점에도 오래전에 배운 '신자유주의 경제학 101'에 매달리고 있는 정부여권 인사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당신들에게 밥줄을 의지하고 있는 국민들을 위해, 제발 공부 좀 다시 하라고.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덧글

  • 대한민국 친위대 2009/07/28 10:48 # 답글

    가카의 능력을 보면 뭐...... ㅡ.ㅡ 현대건설 말아드신 분인데 말입니다(...).

    민영화, 신자유주의를 신봉하면 선진화를 이룩할 수 있는지 아는 이상한분(...).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2014 대표이글루


2016 대표이글루

2015 대표이글루

2013 대표이글루

2011 이글루스 TOP 100

2010 이글루스 TOP100

2010 이글루스 TOP100

2017 대표이글루_history

방문자

광고

2018 대표이글루_h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