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이란 `정치심판'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 Le monde

신의 판단"에서 "부정의혹 조사"로 태도 반전

(카이로 AP=연합뉴스) 대선 결과를 둘러싼 이란의 정국 혼란이 가중되면서 이란 내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인물인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정치적 심판'의 역할을 떠맡게 됐다.

올해 70세인 이 성직자는 최고 종교지도자이자 군 통수권자, 1인 최고법원 등을 겸하며 이슬람 신정(神政) 체제의 이란을 통치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세계는 강경파 대통령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에게 초점을 맞춰왔지만, 실질적인 권력의 대부분은 선출되지 않은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에게 있었다.

하메네이는 지난 15일 아마디네자드 대통령 측의 대선 부정의혹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다.

하메네이가 지난 12일 선거 결과를 `신의 판단'이라고 부르면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 중심의 단결을 호소했던 점을 고려하면, 이는 매우 극적인 반전이다.

하메네이는 자신과 가까운 성직자들로 구성된 헌법수호위원회(Guardian Council)에 선거부정 의혹 조사를 맡겨 이란 신정체제의 안정성과 정통성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는 정치투쟁을 피하고자 하는 의도를 드러냈다. 적어도 하메네이의 개입은 반(反) 아마디네자드 정서가 가라앉을 시간을 벌어줄 것으로 예상된다.

하메네이는 줄곧 개혁파와 싸워 온 강경파이며, 2005년 대선에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을 지지했다.

그러나 애널리스트들은 하메네이가 현실주의자이며, 자신과 이란 신정체제의 존속이라는 핵심목표를 위해 양보하는 모습을 보여왔다고 말한다.

친개혁 성향의 미르 호세인 무사비 후보가 주도하는 현재의 항쟁은 하메네이에게 있어서 이란 지배체제의 안정성에 대한 가장 큰 도전이다.

더욱이 무사비 후보는 이란에서 가장 힘있는 성직자 겸 정치인인 하세미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을 등에 업고 있다. 이 또한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무사비 후보 측의 주장을 그냥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최고지도자로서 하메네이는 이란 정부의 모든 문제에 대해 최종 발언권을 행사해왔고, 그가 장악한 신정체제와 법원, 혁명수비대를 포함한 보안군을 활용해 권력을 휘둘러 왔다.

하얀 턱수염에 검은 터번과 안경을 쓴 하메네이의 사진은 이란 내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하메네이는 이란 이슬람혁명의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자인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가 1989년 사망한 이후 권력을 승계했다.

비교적 낮은 등급의 성직자에서 일약 최고지도자가 된 하메네이는 처음에는 전임자에 비해 다소 약하고 온건한 인물처럼 보였지만 강한 장악력을 유지했고, 이란이 반미정책을 유지하도록 중심을 잡았다. 그는 유엔의 제재 압력에도 불구하고 우라늄 농축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음으로써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정착시켰다. 또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하마스, 레바논의 시아파 게릴라 그룹인 헤즈볼라 등과 유대를 강화했다. 하메네이는 또 1990년대 모하마드 하타미 대통령이 선출되고 개혁파들이 의회를 장악했을 때 상승세를 타던 개혁운동의 예봉을 꺾었다. 이는 결국 2005년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첫 당선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경제정책 실패와 국제사회에 대한 적대적 태도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면서 개혁파들이 다시 힘을 얻었다.

무사비 후보뿐만 아니라 개혁파인 마디 카로비 후보와 보수파인 모센 레자에이 등 다른 두 후보들도 선거부정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하타미, 라프산자니 두 전직 대통령의 지지를 받고 있다.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은 이전에는 하메네이의 동지였으나 지금은 최대 정적이다.

보안군은 친개혁파 활동가들을 검거하고 문자 전송과 친(親)무사비 성향 웹사이트를 금지하는 등 역공을 가했지만, 항의시위를 막는 데 실패했다.

하메네이는 지난 15일 헌법수호위원회에 선거부정 의혹을 조사하도록 지시함으로써 일단은 입장을 바꿨다. 무사비 후보는 12명으로 구성된 헌법수호위에 호소 편지를 보냈고, 위원들이 지난 14일 하메네이와 면담한 뒤 조사 지시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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