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영화로 쓰는 여성사]미워도 다시 한번

[영화로 쓰는 여성사]미워도 다시 한번

[한겨레] 2001-07-24 18  04  생활·여성    942


멜로드라마는 신파와 더불어 한국 비평계에서 오래도록 폄하적인 용어로 쓰여왔다. (미워도 다시 한번)(1968)을 만든 정소영(1928~) 감독은 이런 태도를 미신적이라고 비판하면서 자신은 평생 동안 사랑의 이야기를 멜로드라마로 만든 감독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고 말한 적이 있다.(미워도 다시 한번)은 영화가 사회의 변화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알려주는 사례이자 196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급변하는 한국영화계의 흐름을 보여주는 신호탄이다
.

50
년대 중반부터 십여년 동안은 영화에 관한 한 행복한 시기였다. 이 시기에 나온 김기영 감독의 작품들을 본 어느 외국인 학자가 '한국영화가 중국영화와 일본영화 사이에 낀 무엇이 아니라 독자적인 영화미학을 가지고 있음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고 토로할 정도다. 그러나 군사정권이 들어서고 영화에 대한 정치적 간섭과 경제적 개입이 심해지자 60년대 후반부터 완연하게 피로한 기색을 보이다가 70년대에 이르면 사실상 쇠퇴기로 접어든다. (미워도 다시 한번)은 이러한 정황 속에서 탄생했다
.

서울로 올라온 직장 여성 혜영(문희)은 결혼을 염두에 두고 신호(신영균)를 사귀는데 뒤늦게 그가 기혼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미혼모가 된 혜영이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가서 혼자 아이를 기르는 동안, 신호는 직장과 가정 양쪽에서 승승장구한다. 아이가 학교에 갈 나이가 되자 합법적인 지위에 있는 본부인에게 보내느라 모자간에 가슴 찢어지는 이별을 하는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 때문에 두 어머니의 고통이 더욱 심해진다
.

이 영화는 오늘날의 안목으로 보기에 과도할 정도의 울음이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신파성 멜로드라마다. 그런데 당시 여성 관객들이 어쩌자고 이 영화를 보면서 그토록 함께 울었는지 생각해보면 여기에도 예외없이 이 땅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의 슬픔이 담겨 있음을 깨닫게 된다
.

김소희/영화평론가 cwgo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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