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고문(拷問) Le monde

이계성 논설위원

고문(拷問)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기원전 1300년 경 이집트의 것이라고 한다. 당시 이집트의 파라오는 람세스 2세.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들을 이끌고 이집트를 탈출하던 때의 파라오로도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이집트인들은 그가 히타이트 원정 때 적의 병력 배치상황을 알아내기 위해 포로를 어떻게 고문했는가를 기록으로 남겼다. 역사학자들은 고문이 그보다 훨씬 전부터 시작되었을 것으로 본다. 고대문명에서 고문은 일반적이었으며 인류사에서 적어도 3,000년 동안은 합법적이었다는 것이다(브라이언 이니스, <고문의 역사>).

▦ 인간의 존엄성을 무너뜨리는 죄악인 고문은 오늘날 문명사회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정당화할 수 없다. 국내법뿐만 아니라 세계인권 규범으로도 엄격히 금지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전 세계에서 갖가지 고문이 횡행하고 있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후진국은 물론이고 인권 선진국도 고문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특히 '어떠한 방법을 써서라도 정보를 알아내야 할 필요가 있는 상황'의 논리에 근거한 고문의 필요악적 측면은 인류의 양식을 시험한다. 수많은 무고한 사람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몰래 설치된 폭탄의 위치를 알아내는 방법이 고문밖에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재임 기간 테러 용의자들에게 가해진 가혹한 고문의 실상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지시로 공개된 내부 문서에 따르면 물고문(워터보딩), 잠 안 재우기, 벌레를 풀어놓은 공간에 가두기 등 잔혹한 신문 기법이 14건이나 된다. 이게 전 세계를 향해 인권을 부르짖던 미국의 모습인가 싶다. 이 신문 기법들은 부시 1기 정부 당시 콘돌리사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딕 체니 부통령 등 핵심 수뇌부들이 직접 승인했다고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과거청산 '의지를 분명히 하면서도 책임자 처벌에는 부정적 입장이어서 여론의 강한 비난에 직면했다.

▦ 유럽의 법률가들은 미국 정부가 책임자를 처벌하지 않으면 국제법 상 법리인 보편적 사법권을 들어 자신들이 나서겠다고 으름장이다. 하지만 미국 내 우파는 "고문을 통해 알아낸 정보로 거둔 테러 예방 성과는 왜 말하지 않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바로 '어떠한 방법을 써서라도 정보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 상황'의 논리다. 그러나 고문을 당한 테러용의자 가운데 혐의가 드러나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는 데서 이들의 반격은 설득력을 잃는다. 미국 사회가 이 추악한 과거를 어떻게 청산할지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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