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베르토 에코] 어느 미친 과학자가 나를 복제하기로 결정했다. Le monde

[움베르토 에코] 어느 미친 과학자가 나를 복제하기로 결정했다.

움베르토 에코의 칼럼 모음집 '미네르바의 성냥갑'

 

 

복제 양 돌리 사건은 최소한 상징적 가치로서 인류 진화 과정에서 최소 석기 도구들의 발명만큼이나 중요한 전환기를 이루고 있다.

 

나는 이 칼럼에서 그토록 엄청난 문제를 다룰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나는 그런 논쟁이 띠고 있는 공상 과학적 어조에 강한 충격을 받았다. 복제란 어느 개인과 똑 같은 사람을 재생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모양이다.

 

어느 개인을 복제함으로써 무엇을 얻게 되는가? 가령 어느 미치광이 과학자가 나를 인류의 대표적인 표본이라 생각하여 복제하기를 결정한다고 가정해 보자. 그는 나에게서 체세포 하나를 추출하여 필요한 작업을 할 것이고, 9개월 후 나와 똑 같은 유전 정보를 가진 존재가 태어나게 될 것이다. 당연히 그 아이는 눈과 머리카락이 나와 똑 같은 색깔일 것이고, 나와 똑같이 비만 성향이 있을 것이고, 나와 똑같이 몇 가지 병에 잘 걸리는 성향이 있을 것이고, 나와 똑같이 인문 과학을 선호할 것이다. 아마도 그 <두번째 움베르토>가 여섯 달 정도 지나 표범 가죽 위에 찍은 사진은 1932년에 내가 찍은 사진과 아주 비슷해 보일 것이다.

 

그런데 그 후 상황은 바뀌기 시작할 것이다. 나는 1930년대와 40년대 이탈리아의 지방 도시에서 중산층에 속하는 특별한 부모에 의해 양육받고 교육받았으며, 특정한 친척과 친지들, 친구들의 말을 들으며 성장했다. 또한 전쟁 기간에 찾을 수 있는 특정한 음식들을 먹었고, 지금보다 오염이 덜 된 공기를 호흡하였지만, 어린 시절에는 폭격을 경험했고, 파시즘 치하의 이탈리아에서 카톨릭적인 종교 환경에서 교육받았고, 스무 살이 넘어서야 처음으로 텔레비전을 보았다. 그런데 <두번째 움베르토>는 미국의 중서부 농장에서 프로테스탄트 가족에 의해 양육될 수도 있고, 예루살렘에서 정통 유대인 가족에게 양육될 수도 있다. 또한 그는 다른 음식을 먹고, 다른 책을 읽을 것이며, 다른 음악을 듣고, 텔레비전을 보거나 전혀 보지 않을 수도 있다.

 

그가 지금 내 나이에 이르면 무엇을 할까? 그건 아무도 말할 수 없다. 다만 분명히 현재의 나와는 전혀 다른 무엇인가를 할 것이다. 혹시 추기경이 될 수도 있고, 분명히 수학자는 아니지만, 변호사가 될 수도 있다. 아니면 마약중독자 또는 싱가포르에 있는 어느 선술집의 주인 또는 라우티의 후계자, 또는 세계 최고의 우표 수집 전문가가 될 수도 있다.

 

한편, 만약 히틀러가 한 살 때 티베트 승려들에 의해 부처의 환생으로 확인되어 라사에서 교육을 받았더라도 여전히 히틀러가 되었을까? 복제에 관한 공상 과학적 상상에는 일종의 순진한 유물론적 결정론이 자리잡고 있다. 말하자면 사람의 운명은 단지 유전적 유산에 의해서만 결정된다는 생각이다. 마치 교육이나 환경, 가능성의 오류, 영양 공급, 신체적 활동의 유형, 부모의 사랑이나 학대는 아무런 상관도 없으며, 또한 가령 부모가 일찍 사망하였거나 나이가 들어서 사망했다는 사실, 알코올 중독자 였거나 술을 전혀 마시지 않았다는 사실, 이혼했거나 서로에게 아주 충실했다는 사실은 아무런 상관도 없는 것처럼 말이다.

 

만약 정말로 세포 하나에 이미 우리의 모든 운명이 들어 있다면, 무엇 때문에 살아갈 가치가 있단 말인가.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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