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일관계]아소 日총리, 이번에도 '아리가또, 김정일'? - 자민당이 北 로켓 발사의 성공을 바라는 역설 Le mon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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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대포동 2호' 미사일 발사 사흘 뒤였던 2006년 7월 8일. 아소 다로(麻生太郞) 당시 일본 외상(현 총리)은 히로시마에서 있었던 한 강연에서 "김정일에게 감사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북한에 경각심을 갖자는 말이었으나, 일본이 유엔에서 북한 문제를 당당히 주장할 수 있게 됐고 한편으론 군사력 증강의 명분이 마련된데 대한 일본 우파들의 '혼내(本音. 속마음)'가 드러난 발언이란 평가가 나왔다.

이처럼 북한의 미사일은 일본 국민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지만 집권 자민당과 우파들에게는 군사대국화로 가는 지름길이기도 했다. 실제로 1998년 대포동 1호 발사를 계기로 일본은 미국과 함께 미사일방어(MD) 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그런 일본 정부가 27일 사상 최초로 북한의 장거리 로켓에 대한 '파괴조치 명령'(요격 명령)을 발동한 것은 MD 구축이 사실상 완료됐음을 선언하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러나 숙원 중 하나였던 MD를 마무리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우파들의 속은 그리 편해 보이지 않는다. 북한의 로켓을 정말로 요격해야 할 경우 성공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성공하더라도 자신들에게 결코 유리하지만은 않은 정세가 전개될 것이기 때문이다.

요격 상황 만들어질 확률은 거의 제로

하마다 야스카즈(浜田靖一) 방위상이 이날 자위대에 내린 파괴 명령에 의해 실제 로켓을 요격해야 할 상황이 만들어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

자위대법에 따라 내려진 이 명령은 기본적으로 로켓 발사 과정에서 나오는 파편이나 로켓 추진체 등이 일본의 영해나 영공에 떨어지는 경우에만 이행되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국제해사기구(IMO)에 통보한 1차 추진체의 낙하지점은 일본의 영해가 아닌 동해다. 2차 추진체는 태평양에 떨어진다. 또 로켓이 일본 상공을 날아가긴 하지만 주권이 미치지 않는 대기권 밖을 지나가는 것으로 돼있다.

따라서 일본이 동해에 띄운 이지스함 2척이나 아키타(秋田), 이와테(岩手) 및 수도권 3곳의 자위대 기지에서 요격 미사일을 쏘려면 북한의 로켓 발사가 실패해야 한다. 그리고 그 파편이나 로켓 자체가 일본의 영해·영공으로 떨어져야 한다.

하지만 북한이 발사 기간과 추진체 낙하지점을 국제기구에 예고하는 등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볼 때 실패할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설령 '인공위성'을 지구궤도에 올려놓는 것은 실패할지 몰라도, 발사체가 일본 영공을 침범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일본 영공을 뛰어 넘길 정도의 능력은 11년 전인 1998년 광명성 1호 때 이미 입증됐다.

미사일+납치, 일본 정치의 '승리 방정식'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가 파괴 명령에 대해 '북한이 어떤 물체를 어디로든 쏘기만 하면 무조건 요격하는 것'인 양 선전하는 것은 국내정치 때문이다. 지지율이 10%도 못 되는 상태에서 머잖아 총선을 치러야 하는 아소 다로 내각이 안보 위협을 부각시키고 북한을 때림으로써 지지층을 결집하려 하는 것이다.

일본의 군사 저널리스트인 마에다 데쓰오(前田哲男)는 이날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파괴조치 명령을 내리는 등 과장된 대응을 함으로써 국민의 불안을 부채질하기 쉽다"며 "'확실하게 국민을 지키고 있다'고 보이려는 정치쇼적인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사이 모토후미(淺井基文) 히로시마평화연구소장은 "북한이 우주조약에 가입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정부가 미사일이라고 강변하는 것은 말 바꿔치기다"라며 "'군사적 위협이 있다'고 여론조작을 하고 있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국민의 생명, 재산을 지키는 것에 주안점을 둔다면 단순히 북한에 자제를 요청하는데 그치지 말고 외교적 수단을 통해 기술 수준을 확인하든가, 일본에 절대 낙하하지 않도록 담보할 것을 요청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북한은 악'이라는 이미지를 국민에 심어주려는 임시방편적인 대책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우파 정치인들이 북한 때리기를 통해 정치적 이득을 꾀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표적으로,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한 강경 대응으로 스타가 된 아베 신조(安倍晋三)는 2006년 미사일 발사 직후 '적(適) 기지 공격론(북한 미사일 기지 선제공격론)'을 제기해 그해 9월 총리 등극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납치 및 미사일 문제에서 아베에게 기선을 빼앗겨 그 보다 2년 늦은 작년 9월 총리가 된 아소 다로는 지금 KAL858 폭파범 김현희의 일본어 교사였던 납치 피해자 다구치 야에코(田口八重子)의 이야기를 띄우고 로켓 요격 명령을 내림으로써 총리직 수성을 노리는 것이다.

아소에게 최선의 시나리오는 '북한의 성공'

하지만 아소 내각의 그런 계산이 가장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이날 내린 요격 명령을 적극 선전하되, 북한의 로켓 발사는 그것대로 성공해야 한다.

요격 명령에 따른 정치적 이득을 챙기는 동시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새 결의안이나 의장성명, 독자적인 추가 제재 등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다른 상황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그러지 않고 일본이 MD를 실제 가동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문제가 꼬인다.

우선 로켓이나 그 파편 혹은 추진체가 일본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판단되면 자위대는 성공하든 말든 요격에 나서야 한다. 군사적 명령이 내려졌기 때문이고, 요격하지 않을 경우 큰돈을 들여 MD를 갖춰놓고도 왜 실전에 쓰지 않느냐는 비난이 쏟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날아가는 총알을 총으로 쏴서 맞히는' MD 요격은 아직은 실패할 확률이 훨씬 크다. 그 경우 아소 총리를 기다리는 건 정치적 재앙뿐이다.

나카소네 히로후미(中曾根弘文) 외상이 24일 "(요격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한 적이 없다.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날아올지 알지 못한다"고 말한 건 실패에 따른 비난을 최대한 무디게 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었다.

23일에는 익명의 정부 소식통이 <교도통신>에 "총을 탕하고 쐈을 때 여기서도 총을 쏴서 맞힐 수 있겠느냐.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다"고 털어 놓기도 했다. 그만큼 실패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기술적인 한계는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요격 성공하면 골치 아파지는 현실

실제 요격이 성공한다면? 아소 내각 입장에서는 일견 나쁠 게 없어 보인다. 표면적으로는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그러나 요격 후 펼쳐질 정세를 예상해 보면 요격 성공은 '최선' 보다 '차선' 혹은 '차악(次惡)'이 될 공산이 크다.

무엇보다 북한의 대일 공세가 매우 격렬할 것이다.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은 이미 지난 9일 성명에서 '위성 요격 행위에는 즉시 대응타격으로 대답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은 일본을 향해 노동·스커드 중장거리 미사일을 동시 다발로 발사하는 등 자신들의 경고가 빈말이 아니었음을 보여줄 것으로 전망된다.

그로 인해 동북아 정세가 요동친다면 미국부터가 아소 정부를 부담스럽게 여길 수 있다. 로켓 발사 후 미사일·핵 등을 포괄 협상한다는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구상이 어그러지기 때문이다. 그걸 아는 북한은 일본을 더 크게 흔들어 요격의 파장을 키우고 미·일 사이를 최대한 벌리려 할 것이다.

"당사국의 절제대고 냉정한 태도"를 주문하는 중국과 "로켓 발사에 대해 섣부른 판단을 하지 마라"는 러시아는 북한의 로켓 보다 일본의 요격에 더 신경을 쓸 게 분명하다. 미국·일본이 구축하는 동북아 MD에 대한 견제 심리 때문이다.

요격의 성공/실패를 떠나 북한이 쏘는 물체가 인공위성이라면 우주의 평화적 이용권에 관한 국제법적인 논란도 있을 것이다. 중·러 양국은 이미 북한의 위성 발사는 안보리 결의 1718호 위반이 아니라는 입장인데, 일본이 요격을 시도할 경우 MD에 대한 반발까지 겹쳐 그러한 태도를 더욱 분명히 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끝내 요격 미사일을 발사한 일본을 북한이 흔들어대고, 미국이 부담스러워하고, 중·러가 꺼려한다면 아소 정권은 외교적인 고립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북한 때리기와 미일관계 강화 등 지지층 결집의 요소를 나라 밖에서 찾아야 하는 아소에게 덫이 될 것이다.

아소와 자민당 우파들의 고민은 여기에 있다. 요격을 공식화한 상황에서 그들에게 최선은 북한의 로켓 발사가 성공하거나, 최소한 일본 영공을 훌쩍 넘었던 11년 전의 능력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것이다. 일본이 오히려 북한의 성공을 원하고 있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황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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