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우리는 얼마나 많은 책을 읽지 못했는가 Le monde

움베르토 에코

 

‘미네르바의 성냥갑 1’ 중에서


토리노의 도서전시회에 때맞추어 다양한 계층의 지식인들에게 어떤 책을 읽지 않았는지 설문 조사를 하였다. 예상대로 다양한 답이 나왔지만 부끄럽다는 이유로 거짓으로 대답한 것 같지는 않았다. 어떤 사람은 프루스트를 읽지 않았고, 어떤 사람은 아리스토텔레스, 또 어떤 사람은 위고, 톨스토이, 또는 버지니아 울프를 읽지 않았고, 어떤 탁월한 성직자는 성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대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읽지 않았다고 대답하였다. 그건 당연한 일이다. 왜냐하면 그런 책을 첫 페이지에서 끝까지 읽는 사람은 비평판을 만드는 사람 뿐이기 때문이다.

 

조르조 보카는 <돈키호테>와 나의 최근 소설 <전날의 섬>을 몇 페이지 읽다가 내던져 버렸다고 말했다. 나는 분수에 넘치는 그런 대등한 평가에 감사의 마음이 넘쳐 흐른다. 게다가 너무 많은 책을 읽다가는 머리가 이상해질 수도 있다.

 

사실 보통 독자들은 일반적 상식으로는 반드시 읽었어야 하는 어떤 책을 읽지 못했다는 고민에 언제나 사로잡혀 있다.

 

문학작품들에 대한 아주 풍요로운 목록인 <봄피아니 작품사전>을 한번 보기 바란다. 현재 시판되는 판에서 작품들은 5,450 페이지를 채우고 있다. 한 페이지에 평균 세 작품이 들어 있다고 대충 계산해 보면 총 16,350 편의 작품들이다.

 

책 한 권을 읽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 하루에 단지 몇 시간만 독서에 할애하는 보통 독자의 관점에서, 평균 분량의 작품 하나에 4일은 걸린다고 가정해 보자. 물론 프루스트나 토마스 아퀴나스의 작품을 읽으려면 몇 달이 걸리지만, 하루에 읽을 수 있는 걸작들도 있다. 그러므로 평균 4일이 걸린다고 하자. 그렇다면 <봄피아니 작품사전>에 실린 모든 작품에다 4일을 곱하면 6 5 4백일이 된다. 이를 365일로 나누면 거의 180년이 된다. 이런 계산은 틀림없다. 그 누구도 중요한 작품을 모두 읽을 수 없다.

 

만약 선택해야 한다면 최소한 세르반테스는 읽었어야 한다고 말할  필요는 없다. 무엇 때문인가? 만약에 어느 독자에게 <천일야화>가 훨씬 중요하고 급박했다면? 더구나 여기에는 고려되지 않은 것은, 훌륭한 독자들은 어떤 작품을 사랑할 경우 오랜 시간에 걸쳐 여러 번 다시 읽으며, 가령 프루스트를 네 번 읽은 사람은 다른 책들, 아마도 자신에게는 덜 중요한 다른 책들을 읽을 많은 시간을 빼앗긴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독자들이여, 안심하시라. 열 권의 책을 읽든 같은 책을 열 번 읽든, 똑같이 교양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 단지 전혀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은 걱정을 해야 한다. 그런데 그들은 교양을 걱정하지 않는 유일한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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