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2007] '동독의 촌닭' 메르켈 Angela Merkel 정치인생 '黃金期' 활짝 Le monde

작성자 - 베를린=남정호 특파원
출처 - 세계일보
주소 - http://news.isegye.com/tag/%EB%A9%94%EB%A5%B4%EC%BC%88

'동독의 촌닭' 메르켈 정치인생 '黃金期' 활짝
정치거물들 밀어내고 독일 최초 여성총리 오른 비결은


1년8개월 전에 정치 무대를 떠난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가 15일 올가을 정계 은퇴를 앞둔 에드문트 슈토이버 바이에른주 총리 겸 기사련 당수를 위로하러 뮌헨을 방문한다. 정치적 라이벌이던 슈뢰더 전 총리와 슈토이버 당수는 동병상련의 처지다. 한때 독일 정치를 주름잡던 ‘정치 9단’의 두 거물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게 정치적 패배를 당한 전력이 있다.

촌닭처럼 보이던 동독 출신 여성 정치인 메르켈을 저평가하다가 정치무대에서 밀려난 정치 거물들은 이들뿐이 아니다. 메르켈의 정치 대부인 헬무트 콜 전 총리를 비롯해 메르켈이 기민련 사무총장으로 재임할 당시 당수였던 볼프강 쇼이블레 내무장관, 독일 하원을 주름잡던 프리드리히 메르츠 전 기민·기사련 원내대표, 외르크 쇤봄 기민련 부당수 등이 메르켈의 ‘장풍’에 추풍낙엽처럼 떨어져 나갔다.


불과 지난 15년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1989년에 35세에 불과했던 동독 출신 정치 신출내기가 30년 이상 산전수전을 겪어온 정치 거물들을 차례로 밀어내고 독일 역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 자리에 오른 비결은 무엇일까?

정치 평론가들은 “자신을 얕잡아 보는 정치인들을 몰락시키는 메르켈 총리의 정치공학 기술이 무기”라고 진단한다. 메르켈 총리의 전기 작가 하요 슈마허는 “메르켈은 권력의 12계명을 지키고 있다”고 분석한다. 메르켈은 남을 믿지 않으며, 자기 앞을 가로막는 정적을 가차 없이 제거하고 경쟁자들을 통제하면서 비판자들을 포섭해 우군으로 만드는 기술이 탁월하다는 주장이다.

메르켈이 기민련 사무총장 시절인 1999년 12월 당이 비밀 정치자금 문제로 수렁에 빠져 허우적거리자 쇼이블레 당수와 상의도 없이 콜 전 총리의 정계 퇴진을 촉구하는 공개 서한을 신문에 발표했다. 이는 ‘통일 총리’ 콜의 16년 권좌가 맥없이 무너진 계기가 됐다.

메르켈은 총리에 취임한 뒤에도 측근 그룹을 많이 두지 않았다. 최측근인 토마스 레메지에르 총리부 장관과 베아테 바우만 수석 비서, 에파 크리스티안센 홍보 비서 등 3인방만이 메르켈을 지근 거리에서 보좌하고 있다.

기민련 내에서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 될 수 있는 롤란트 코흐 헤센주 총리와 크리스티안 불프 니더작센주 총리, 위르겐 뤼티거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총리 등 당내 거물들은 총리직을 넘볼 수 없는 지방 정치에 묶어둬 도전 가능성을 차단했다. 그의 비판자였던 미카엘 그로스 기사련 원내대표도 경제부 장관에 앉혀 비판의 입을 막아버렸다.

메르켈 총리는 이 같은 능수능란한 국내 정치력을 외교에도 원용하고 있다. 그는 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등과 돈독한 관계를 맺었고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와도 밀월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메르켈의 정치 12계명 가운데 여성 카드를 적절히 활용하라는 대목도 있다. 그가 콜 전 총리 정권에서 가정장관과 환경장관을 역임했을 때 내각에서 눈물을 보이며 정책을 밀고나간 사례는 유명하다. 지난 6월 G8(주요 8개국) 정상회의 때도 메르켈의 여성 카드는 효력을 발휘했다.



메르켈 총리는 실용주의자다. 그는 총리실을 정치무대가 아닌 기계 조종실로 이해하고 있다. 전임 슈뢰더 총리가 화려한 정치 쇼를 즐긴 데 반해 메르켈은 쇼를 싫어한다. 그는 항상 진솔하고 허풍이 없다. 그리고 할 말은 과감하게 한다. 최근 중국 방문 때 인권 개선을 촉구한 것이 좋은 예다.

메르켈 총리는 아울러 철저하게 자신에게만 의존한다. 남에게 의존하지 않는다. 그는 동독의 사회주의 체제에서 자라면서 ‘남에게 감사해야 할 부탁’을 삼가는 것을 몸에 익혔다.

그의 정치 계명에는 ‘자신의 의도를 숨기고 정확한 때를 기다리라’는 게 있다. 그는 이를 통해 기민당의 철옹성 같은 남성 벽을 뚫고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됐다.

지난 6일 발표된 한 여론조사 결과 유권자의 60%가 사민당의 쿠르트 베크 당수보다 메르켈을 총리로 지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민당 당원들조차 37%만 베크 당수를 지지하고 47%는 메르켈을 총리로 찍겠다고 응답했다. 지난 6월 유럽연합(EU) 정상회의와 G8 정상회의를 주도하면서 보인 탁월한 외교 협상력과 지도력은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미국 잡지 포브스는 그를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여성’ 1위에 올려놓았다. 여기에 덧붙여 독일 경제는 지금 호황세를 이어가고 있다. 세수는 메르켈이 집권한 2005년 4521억유로에서 5141억유로로 늘었다. 수출은 올해 상반기 4785억유로로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했다.

독일은 올해도 수출국 세계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업률은 지난 8월 말 8.9%로 떨어지고 실업자는 372만명으로 줄었다. 사민당과 대연정을 펴지만 이 같은 과실들은 고스란히 메르켈의 몫으로 돌아가고 있다. 바야흐로 메르켈 총리의 정치적 황금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

베를린=남정호 특파원

johnnam@segye.com

>> 메르켈은 누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독일에서 이름이 가장 널리 알려진 인물이지만 한편으로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기도 하다. 검소함이 몸에 밴 메르켈 총리는 베를린의 라파이에테 백화점 식품부에서 생선을 손수 골라 산다. 총리가 된 후에도 여전하다. 최근에 허름한 재킷을 입은 채 경호원 한 명만 데리고 슈퍼마켓에 나타나 식품을 산 뒤 돈을 지불하는 소탈한 장면이 한 시민기자의 카메라에 잡혀 신문에 보도되기도 했다.

“지킬 수 없는 것은 약속하지 말라”는 것이 메르켈 총리의 좌우명이다. 물리학자 출신답게 원칙을 중시하는 그는 약속 시간을 어기는 것을 싫어한다.

그는 학생 시절엔 1등을 놓친 적이 없다. 특히 어학에 재능이 뛰어났다. 이때 닦은 러시아어 실력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면 러시아어로 얘기한다. 영어도 유창하게 구사한다.

어릴 때 꿈은 발레리나가 되는 것이었다. 학창 시절엔 체육 과목에서 낙제할 뻔했을 정도로 좋아하는 운동은 없다. 그러나 2006년 독일 월드컵 때는 독일 축구팀이 출전한 경기장마다 나타나 열띤 응원을 펼쳐 축구 팬들을 감동시켰다.

메르켈 총리는 공적인 생활과 사생활을 철저히 구분한다. 관저에 절대로 사진기자를 들이지 않는다. 수도인 베를린을 벗어나면 아주 홀가분해한다는 게 측근들의 말이다. 휴가 때는 산행을 즐기고 술은 붉은 포도주를 선호한다. 베를린의 ‘세 모리스’ 주점은 메르켈 총리의 단골 와인 주점이다. 취미는 바그너의 음악 듣기. 매년 여름에는 남편과 함께 바이로이트에서 열리는 바그너 음악축제에 꼭 참석한다.

그는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 골다 메이어 전 이스라엘 총리, 인디라 간디 전 인도 총리 등 세계적인 여성 정치지도자들과 반열을 같이하지만, 자신을 ‘철의 여인’으로 불리는 대처 전 영국 총리와 비교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의 집무실 책상 위에는 독일 태생으로 러시아 황제 표트르 3세의 왕비가 됐다가 뒷날 여제가 된 예카테리나 2세(1729∼1796)의 사진이 놓여 있다. 러시아 근대화를 이끈 그를 가장 존경한다.

그는 1977년 동독에서 울리히 메르켈과 결혼했다가 4년 만에 이혼했다. 1978년에 라이프치히대학에서 물리학 공부를 마친 뒤 1990년까지 동베를린의 동독 학술 아카데미에서 연구 활동을 했다. 1986년에 물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지금 남편인 요아힘 자우어 훔볼트대 교수(화학)와는 아카데미 시절 친구로 사귀기 시작해 17년 만인 1998년에 결혼했다. 메르켈 총리는 자신의 몸에서 태어난 자식은 없지만 지금 장성한 두 아들의 어머니다. 자우어 교수와 전 부인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들이다.

메르켈 총리를 두 차례나 장관으로 지명하고 그가 기민당에서 뿌리내리도록 도와준 정치 대부 헬무트 콜 전 총리에 대한 존경심은 여전하다. 한때 정치적 갈등으로 서먹서먹한 관계였지만 메르켈 총리는 지금도 공식 행사에서 깍듯하게 콜 전 총리를 예우한다. 정적이었던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와는 사적으로 커피 한 잔 같이한 적이 없지만 최근 사민당 당 행사에 참석해 포도주를 함께하며 정치적 승자의 도량을 보이기도 했다.


덧글

  • 초록불 2008/12/13 22:23 # 답글

    대단하군요.
  • 파리13구 2008/12/13 22:52 # 답글

    정말..존경할 만한 정치인이라 생각됩니다.

    선진국 지도자 중 유일하게 인위적 경기부양을 반대하고,

    균형예산을 달성하려는 입장을 가진 분이죠.

    마치 로마 시대의 5현제 중 한명을 현재 보고 있는 듯 합니다. ㅋㅋㅋ..

    전 정치가란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지 않는 장기적인 비전을 가져야

    한다고 보는데요.. 그런 달콤한 유혹을 이겨낼 수 있을 만큼 강직한 사람..

    뭐.. 자칫 권위주의 독재로 흐를 위험도 있지만 말이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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